時事論壇/北韓消息

북한 “인도주의로 눈가림 말고 군사연습이나 중단하라”

바람아님 2019. 6. 10. 07:47

한국일보 2019.06.09 13:33


北선전매체, 800만불 국제기구 공여 결정한 南에 일갈
지난달 30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역에서 2019 을지태극연습 일환으로 '미아역 테러 및 화재 대응 종합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800만달러(94억원) 규모의 국제기구 공여 방식 대북 인도 지원을 실행하기로 결정한 남측 정부를 향해 북한이 “눈가림으로 생색 내려 하지 말고 적대 행위인 군사연습부터 중단하라”고 일갈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9일 ‘속에 품은 칼부터 꺼내놓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개인 명의 논평을 통해 “북남관계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저들의 본질적 죄과인 군사적 망동은 기만적인 허튼 요설로 가리워보려 하고 대화요, 인도주의요 하는 부차적인 겉치레로 그 무슨 생색을 내보려 한다면 오산”이라고 남측 정부를 힐난했다.


북한이 보기에 연합훈련 축소라는 한미의 대북 비핵화 상응 조치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매체는 지난달 말 진행된 한국 민ㆍ관ㆍ군 단독 군사연습 ‘을지태극’에 대해 “남조선 당국이 아무리 애써 변명해도 이번 군사연습의 도발적 정체와 대결적 성격을 감출 수는 없다”며 “우리를 아예 주적으로 정해놓고 벌인 도발적인 군사연습”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상전인 미국의 승인 없이 총 한 방 마음대로 쏠 수 없는 남조선군의 처지에 ‘단독’이라는 간판을 내건 자체가 돌미륵도 앙천대소할 일”이라고 빈축했다.

그러면서 “북남 군사 분야 합의는 이러한 도발적인 군사연습과 같은 적대 행위의 완전 중지를 약속한 증서이지 결코 이제부터는 마음 놓고 군사연습을 벌여도 된다는 담보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합의를 턱 대고(이유로) 적대 행위의 수법만 더 교활해지고 말장난에만 더욱 매달리고 있지 않는가”라고 개탄했다.


같은 날 다른 선전 매체인 ‘메아리’는 8월에 실시될 예정인 한미 연합 위기관리연습 ’19-2 동맹’을 겨냥했다. ‘평화를 위협하는 군사적 적대 행위’ 제하 글에서 동맹 연습을 거론하며 “전시작전권 전환의 미명하에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더욱 강화하려는 범죄적 기도를 드러낸 군사적 모의판으로서 북남 선언들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 아닐 수 없다”며 “지금은 정세를 악화시키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에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북남관계의 발전에 유익하고 훌륭한 결실을 마련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심사숙고하고 이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남측에 주문했다.


지난달 27~30일 시행된 을지태극은 정부의 위기대응 연습인 ‘을지’와 한국군 단독 연습인 ‘태극’을 연계한 새로운 형태의 연습이고, 8월 이뤄지는 ‘19-2 동맹’은 ‘키리졸브’를 대체한 3월 ’19-1 동맹’과 마찬가지로 연례 대형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프리덤가디언’(FG)을 대신하는 연습이다. 2017년까지는 매년 하반기에 한국 정부 및 한미 양국군의 연습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라는 명칭으로 통합 실시됐었다.


북한의 이런 반응에는 인도적 지원보다 체제 안전 보장이 한반도 비핵화ㆍ평화 교환 협상의 우선 의제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미 북한 매체들은 최근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비본질적ㆍ부차적 문제’로 규정한 뒤 남측 당국이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한 바 있다.


정부는 5일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출에 필요한 절차인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영양지원 사업(450만달러)과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의 북한 모자보건 사업(350만달러)에 총 800만달러를 무상 지원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