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7.06 구본우 기자)
산과 역사가 만나는 인문산행
심산 지음|바다출판사|448쪽|2019.06.28|1만6800원
산(山)은 그곳에 멈추어 있는데 세월은 흘러간다. 산은 변하지 않는데 인간은 변한다.
그래서 산은 인간이 남기지 못한 역사를 품고 있다.
고려 말 대문장가 이색은 '글 읽기란 산에서 노니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 등 시나리오 작가이자 산악문학가인 저자는 어느 날 이름도 없는
계곡 바위에 새겨진 글씨를 보고 전국 팔도의 산속에서 역사를 찾겠노라고 다짐했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산을 바라본다는 건 산의 높낮이나 유명세와 관계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묘소 자리는 그가 눈을 감은 지 250여 년 만인 최근에야
서울의 한 작은 능선에서 발견됐다. 겸재의 손자 손암 정황이 조부의 묘지를 그린 '양주송추'를 본 저자가
그림 속 도봉산 일대를 뒤진 끝에 찾아낸 것.
무심코 오른 산등성이에,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즐기는 계곡 하나하나에 모르고 지나쳤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유산이 숨어 있다.
북한산 등산로 옆 배드민턴장은 대청(對淸) 외교의 전문가이자 시서화(詩書畵)에 뛰어났던 인평대군의 별장 '조계별업'이
자리했던 곳이다. 인조의 북벌론을 수습하기 위해 평생 청나라 사절로 고생하다 37세에 요절한 그에겐 유일한 안식처였다.
'산속에 역사가 있으니 기념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엄숙한 역사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가 인문산행에 빠져든 이유는 '즐거움'이었다.
오늘 북한산에 올라 "우리가 매일 와서 놀던 이곳이 인평대군의 별장이었다니!"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면
그것이 곧 '인문산행'이다.
「양주송추도」 [ 楊洲松楸圖 ] |
지역 : 서울특별시 도봉구
정의 진경 산수화.
개설 정황(鄭榥)[1735~?]은 18세기 중엽에서 19세기 초에 활동하였던 화가로서 본관은 광주(光州), 호는 손암(巽庵)이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선비 화가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9]의 손자로 산수, 인물 등을 잘 그렸다고 전해지며, 가업(家業)을 이어 진경 산수화를 자주 제작하였다. 정황의 행적은 뚜렷하지 않지만, 적지 않은 작품이 전해지고 있다. 현존하는 작품에는 조부인 정선 화법(畫法)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때로는 정선의 작품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화풍을 구사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양주 송추도(楊洲松楸圖)」처럼 개성적인 화풍을 구사하기도 하였다.
형태
내용 사경하고, 이어 북한산 자락으로 이어진 송추 즈음에 위치한 사대부 집안의 묘역으로 추정되는 경관을 재현하였다. 이 지역은 현재 도봉구 쌍문동 부근에 해당되는 곳이다.
특징 대각선 구도로 화면을 가로지르는 시원한 능선의 표현, 원산의 과장된 암봉, 여유로운 공간 구성, 담담한 필치와 부드러운 색채, 일정한 시점의 구사 등에서 정황이 개성적인 화풍을 보여 준다. 특히 관서에 ‘황경사’라는 겸사가 기록되어 있어서 선조의 묘역을 담기 위해 그렸다고 추정되기도 한다.
의의와 평가 19세기 초경 진경 산수화의 면모를 전해 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화가인 정황이 조선의 진경 산수화풍을 성립시켰던 겸재 정선의 손자로서 가업을 계승하였음을 보여 주며, 한편으로는 정선 이후에 변화된 진경 산수화풍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공처 정보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http://www.grandculture.net/ |
'人文,社會科學 > 책·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강명의 벽돌책] 싸우다가도 공동의 敵 만나면 협업한다 (0) | 2019.07.13 |
---|---|
[다시 읽는 명저] "자유주의의 역사와 본질은 진보" (0) | 2019.07.12 |
다섯 번 지구를 죽인 탄소… 대멸종 또 오나 (0) | 2019.07.06 |
[다시 읽는 명저] "노조의 정책참여, 경제를 정치로 변질시켜" (0) | 2019.07.05 |
[논설실의 서가]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심리학 (0) | 2019.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