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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배병우] 예방 외교의 실패/[한반도포커스-신범철] '도천지장법'을 권한다

바람아님 2019. 7. 9. 04:32

[한마당-배병우] 예방 외교의 실패

국민일보 2019.07.08. 04:07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을 겨냥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에 대한 경제전쟁의 성격이 짙다.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조치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정부 일각의 분석은 희망사항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기류와 일본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이번 제재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관계의 초석까지 허물 수 있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치밀하게 준비한 도발이다.


일본이 보복할 것이라는 신호는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일본 정부도 공식 비공식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경고를 보낸 정황이 확인된다. 일본 정치인들은 “반도체 등 한국 경제에 가장 중요한 분야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제재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예고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뒤통수를 맞은 기색이 역력하다. 긴밀한 한·일 경제 생태계에서 일본 기업도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한 경제 보복을 일본이 실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낙관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외교는 대화와 협상 등 평화적인 방법으로 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 전통적으로 외교의 제1목적은 전쟁 방지다. 이런 점에서 사전에 분쟁 예방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갈등이 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예방 외교(preventive diplomacy)는 외교의 기본 속성이자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예방 외교의 첫 단계는 조기경보다. 위험 징후가 나타나는지 파악하고 경고하는 것이다. 정부는 도발의 징후조차 감지하지 못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책임이 무겁다. 강제 징용 판결은 사법부의 판단이라고 해도 외교 당국으로서 사후에 이를 조정하는 절차는 밟아야 했다. 일본이 지난 1월 한·일 청구권협정에 규정된 분쟁조정 절차에 따라 양국 간 외교 협의를 요청했지만 외교부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일본에 한국은 국제법도 지키지 않는 비문명 국가라는 비난의 빌미를 줬다. 또한 일본과 그렇게 각을 세우기로 했다면 충분히 예상되는 일본의 반격에 대비해야 했는데 이조차도 하지 않았다. 최대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일본의 항의에 무시로 일관해 화를 불렀다. 이번 일본의 보복에 대해 2019년판 임진왜란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차고 넘치는 도발 징후에도 불구하고 무방비로 당했다는 점에서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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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신범철] '도천지장법'을 권한다

국민일보 2019.07.08. 04:03

“외교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예상치 못한 핵심 부품 수출 금지라는 기습 공격을 받고 나라경제가 휘청거릴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을 맞고 있다. 국교 정상화 이후 우방국 관계를 이어온 것이 반세기가 넘었는데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강제징용 판결로 촉발된 갈등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예견된 갈등을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한·일의 정부 대 정부의 대결이다. 잘잘못을 떠나 하나로 뭉쳐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이미 불붙어 버린 외교 전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먼저 이번 사건이 확산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동양 병법의 교과서 격인 손자병법의 가장 큰 교훈은 ‘전쟁을 피하라’는 가르침이다. 이기든 지든 피해가 따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상황은 준비 부족으로 우리가 이기기 어렵다. ‘상대를 공격할 때는 계략과 관계를 타파(伐謀筏交)’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반대다.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의 파급효과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 준비된 대책도 없고, 일본이 함부로 나오지 못하도록 한·미동맹을 활용하는 일도 소홀했다. 외교 교섭을 통해 상황을 관리하고 시간을 벌며 확전을 피해야 한다.


다음으로 외교 전쟁에서의 승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손자병법은 이를 ‘도천지장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도(道)는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이번 싸움의 목표를 어디에 두고 함께 행동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 상황은 준비 부족으로 대승을 거두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렇다면 우선은 비기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일본을 무릎 꿇리려고 전면전을 벌이려 한다면 자칫 대패를 당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어렵게 만들어 놓은 한·일 간 수평관계가 다시 수직관계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천(天)은 외부 환경에 대한 분석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행보가 미국이 묵인한 사안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만일 일본이 그간의 대미 밀착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논의한 정황이 있다면 우리에겐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이때는 자존심을 세우기보다 타협을 취해야 한다. 반대로 미국이 관여되어 있지 않다면 미국을 설득해 한국에 선공을 취한 일본을 강도 높게 압박해야 한다. 미국은 한·미·일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지(地)는 외형 조건에 대한 분석이다. 일본의 제재로 우리 기업들이 지닌 시장 점유가 흔들릴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 기업을 대체할 일본이나 제3국의 기업이 존재한다면 이 싸움은 오래갈 수 있다. 그게 주목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존심 때문에 우리의 주력 기업이 충격을 받으면 바둑에서 대마가 죽듯 우리 경제도 죽는다. 반대로 우리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당당히 문제를 풀 수 있다.


장(將)은 책임자에 대한 분석이다. 지난 몇 개월간 예상되었던 일인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에야 호들갑 떠는 모습에서 국가안보실이나 외교부의 역할이 개탄스럽다. 하지만 전투 중에 장수를 바꾸는 것은 병법의 원리와 맞지 않는다. 일단은 이들을 중심으로 문제를 풀고, 나중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법(法)은 조직과 업무 편성이다. 국가안보실은 일본 총리실을, 외교부는 일본 외무성을, 산업부는 일본 경제산업성을 일대일로 맡아 설득해야 한다. 또한 일본 내 여론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이 문제를 걱정하는 일측 언론사와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아베 신조 총리를 설득할 수 있는 지일파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을 총동원하고 전방위로 설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인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우리는 그간 일본을 어떻게 대해 왔나.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를 이유로 나쁜 이웃으로 대해 왔다. 하지만 지금 일본의 20, 30대에겐 증조할아버지의 잘못이다. 무조건적인 비난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왔다. 정부 국정과제에 기술된 대로 역사 문제와 협력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