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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일본, 무슨 意圖로 미국 동맹국 한국에 宣戰布告하는가

바람아님 2019. 8. 3. 09:16

(조선일보 2019.08.03 강천석 논설고문)


日·美, 한국 '자력갱생·자급자족 북한 窮乏化' 길로 몰기로 했나
한국 국민, 독립·번영 도우면 '親일본' 가로막으면 '反일본'


강천석 논설고문강천석 논설고문


외톨이 나라는 동네북이 되기 쉽다.

모든 나라가 동맹 전략을 안보의 중심에 두는 데는 이유가 있다.

두 나라가 과거사(過去事)를 얼마나 똑같이 되돌아보느냐가 동맹 상대 선택의 제1 기준이 아니다.

두 나라가 현재와 미래의 이익과 위협을 얼마나 공유(公有) 하느냐가 핵심이다.


찰떡궁합 독일과 프랑스, 미국과 일본, 심지어 미국과 영국도 과거 몇 차례 상대방에게 치욕(恥辱)을 안겨줬던 사이다.

평범한 국민은 과거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과거를 넘어설 동력(動力)을 제공할 책임은 국가 지도자에게 있다.

미국과의 관계에선 이승만 대통령, 일본과의 관계에선 박정희·김대중 대통령이 모범을 보여주었다.

세 대통령은 과거를 흘려보내거나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과거를 딛고 미래로 올라섰다.

그 결과 대한민국에 안전과 번영을 유산으로 남겼다.


일본이 기어이 수출 심사 우대국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되돌아갈 다리를 스스로 불살라버린 것이다.

이것은 외교 수법이 아니다. 전쟁 수법이다.

전쟁에선 모든 화력(火力)을 상대의 가장 취약(脆弱)한 부분에 집중시켜 최단 시간에 붕괴시키려 한다.

전쟁은 정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이다.


아베(安倍晋三)의 일본에 묻는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이 미국의 동맹국 한국을 공격해서 얻고자 하는 정치 목표가 무엇인가.

당신 계산대로 한국은 6개월 안에 부품 수입국을 다른 나라로 돌릴 수 없고 5년 안에 부품과 소재 산업을 육성해

기술 자립(自立)을 이룰 수도 없다. 돈만 넣으면 기술이 떨어지는 자판기(自販機)는 없다.

한국 국민은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가 꿈같은 소리라는 걸 알고 있다.

한국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북한 3대(代)가 밟아온 '자력갱생·자급자족'이라는 궁핍화(窮乏化)의 길로 내모는 것이

일본과 미국의 정치 목표인가. 양국의 국민 감정을 전쟁 상태로 고조(高調)시켜 개헌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인가.


한반도를 동북아의 요충(要衝)이라고 한다.

현 정권 안보 전문가들은 그만큼 중요한 곳이라서 주한(駐韓) 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할 염려는 없다고 큰소리친다.

사실은 팔자가 센 터라는 말이다. 주변 강대국이 자기 목구멍처럼 여기는 곳이 요충이다.

그곳이 적대·경쟁 세력 수중(手中)에 떨어지면 숨이 답답해진다. 침략이 잦을 수밖에 없다.

바다라는 천연 장벽에 둘러싸인 섬나라와는 안보 환경이 하늘과 땅 차이다.


요충지 국가가 침략을 막고 평화 속에 살려면 특별한 정치·안보 감각이 필요하다.

나라 지도자는 주변 정세를 빨리, 깊게 또 멀리 내다보고 판단하는 자질(資質)을 갖춰야 한다.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뚫어 보는 눈이다.

외교술과 전쟁술 교본은 '자기를 아는 지기(知己)'보다 '상대를 아는 지피(知彼)'를 먼저 가르친다.

이런 나라에서 정략(政略)을 위해 국민을 분열 시키는 건 독약(毒藥)을 마시는 것과 같다.


요충 국가 지도자가 '상호 의존과 호혜(互惠)평등의 세계'라는 겉치레 말에 현혹되면 나라 안보는 벼랑에 선다.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국가 간의 관계는 어느 나라가 상대 국가에 더 많이 의존하거나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불평등한 관계가 대부분이다.

지도자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세계'라는 자가도취(自家陶醉)에 빠지는 순간

그 나라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하고 불의(不義)한 세계'의 희생자가 된다.

이런 인식의 터 위에서 동맹을 선택·관리·유지해야 한다.


집의 서까래가 일시에 요동치고 기와가 한꺼번에 흘러내리면 맨 먼저 기둥을 점검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기둥이다.

1953년 6월 17일 이승만 대통령은 주한 미국 대사를 경무대로 불렀다.

한·미 방위조약 체결을 아무리 역설(力說)해도 들은 체 만 체 하는 미국을 마지막으로 닦달하며 말했다.

"오늘 한국은 공산 집단의 위협 때문에 조약이 필요하지만 내일은 일본의 위협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 조약이 필요하다."

조약 전문(前文)의 '어떤 잠재적 침략자도 조약 당사국 중 어느 한 나라가 고립돼 있다고 착각하지 않도록…'이라는

구절 아래엔 이런 사연이 묻혀 있다.


'이기는 법만 알고 지는 법을 모르면 자기 몸을 해친다'고 했던 사람은 도쿠가와 이에야쓰(德川家康)다.

한국 국민은 나라의 독립과 번영을 돕는다면 언제든지 친(親)일본 할 것이고 그 길을 가로막을 땐 언제든지

반(反)일본 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정권 너머 한국 국민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