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을 쓴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자였다. 그러나 1930년대 유럽 지성계에 퍼져 있던 스탈린주의에 반대했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도 전체주의 경향을 띠는 스탈린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로 인해 오웰과 카뮈는 당시 유럽 좌파 지식인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들었다. 제국주의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진영 내 문제점은 덮고 넘어가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지성계로부터 고립을 자초한 오웰과 카뮈의 행동에 대해 한국의 한 지식인이 이렇게 평가한 적이 있다. “이들은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정적이나 지적인 적수를 반대할 때만이 아니라 ‘자기편’을 반대할 때도 그 용기의 진가를 발휘했다.” 이렇게 말한 지식인은 오늘 국회 청문회 당사자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이다. 그는 2014년 저서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에서 진정한 지식인의 표상으로 오웰과 카뮈를 자세히 소개했다(242~247쪽).
최근 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서 그를 옹호하는 지식인들의 발언을 접하며 그 책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조 후보자를 엄호하는 지식인들은 ‘내 편’을 지키기 위해 현재 불거져 있는 모든 문제에 애써 눈을 감고 있다. 검찰이 상대편을 수사할 때 박수를 쳤던 이들이 내 편의 의혹을 살피는 것은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 비난하며 헤살 부리고 있다. ‘어용 지식인’을 자처한 한 작가는 정의를 요구하는 대학생들 집회를 조롱했다. 대학생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할 때 ‘지하 지도부’의 지침을 따랐던(유시민, ‘나의 한국 현대사’ 224쪽) 그는 지금 학생들도 누군가의 조종으로 움직였을 것이라며 ‘꼰대’의 편견을 드러냈다. 정치를 하지 않겠다던 그는 이번 사태 관계자인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해 외압 논란을 자초하는 등 정파적 행위에 앞장서고 있다.
어용 및 친정권 지식인들은 보수 세력에게 권력을 내줘서는 안 된다는 구호로 연대하고 있다. 편 가르기로 세력 결집을 꾀하는 이 연대는 정치 판도에서 일정한 지지를 받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식인이 ‘어용’을 자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집권 정치세력의 무오류를 전제하고 있어서 지극히 반지성적이다. 이 반지성은 정파적 고집을 시대의 소명으로 강변한다. 정치 세력이 자기편의 문제를 덮으려 할 때, 그걸 갖은 논리로 뒷받침하는 자기기만에 빠진다. 내 편이 정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간악한 적’의 공격을 핑계로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이번에 소위 진보 지식인 중에 조 후보자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들이 있었다. 어용 및 친정권 지식인들은 그들을 비난하거나 희화화하는 언어 테러를 가했다. 그것이 섬뜩했던 것은, 내 편의 권력이 행하는 것은 절대선이라는 전체주의 진영 논리가 이 시대에 통용되고 있어서다.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전(前) 정권 탄핵으로 수구 기득권 세력이 침몰한 것처럼 이번 사태로 제 잇속을 챙기면서도 공공선을 내세우는 ‘입 진보’가 퇴장할 것을 예감해야 한다. 패거리 의리와 정파 이익을 넘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꿈꿔야 한다. 지식인 조국이 자기 책에 쓴 말을 ‘어용 지식인들’이 새겼으면 하는 것은 공염불일까. “‘진영’ 내부의 문제점도 주저하지 않고 지적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무이자 역할이다.”
'時事論壇 > 時流談論'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보식이 만난 사람] "닥칠 불이익이 두렵고 고민 많았지만… 학교는 正義가 살아움직여야" (0) | 2019.09.09 |
---|---|
[朝鮮칼럼 The Column] 주한 미군이 위태롭다 (0) | 2019.09.09 |
커지는 ‘조국 지명 철회’ 목소리…교수 200명 시국선언 (0) | 2019.09.06 |
[양상훈 칼럼] '조국 지명은 우리 사회에 불행 중 다행' (0) | 2019.09.05 |
기업 유턴정책이 공허한 이유 (0) | 2019.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