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9.17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의학자들의 이상적인 '100세인像'… 기형적으로 과장된 하체
근육, 보행의 근원·면역력 원천·골절 방지 쿠션 역할까지
인생 종반은 陣地戰… 단백질 섭취·외출·동네 친구 등도 중요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전문의
인류가 이제껏 이렇게 오래 산 적이 없다. 요즘 쓰는 수사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다.
조물주가 인간을 창조했다고 가정하면, 그도 이런 초고령 세상을 예상치 못한 게 분명하다.
사람의 몸을 백 년 견딜 내구력 좋은 재질로 빚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대개 일흔다섯(75) 살 정도 되면 근골격계가 급속히 노쇠해지는 것으로 보아,
모름지기 하나님은 인간 삶을 80년 안팎 정도로 설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장차 평균 수명이 90세를 넘는다니 '아차!' 싶으실 게다.
통상 70대 중반을 '팔팔 장수' 갈림길 또는 노년 절벽이라 부른다.
이 시기 뼈 생성은 눈에 띄게 적고 파괴가 늘어 골다공증이 두드러진다.
낙상은 치명적 골절을 불러, 말기 암처럼 위협적이다.
외부 세력에 저항하는 면역력도 줄어 폐렴이 크게 는다.
암 환자도 암 아닌 폐렴으로 세상을 접기 다반사다.
근육량이 줄어든 근감소증 상태가 되어 움직임도 느려지고 둔해진다.
심장·간·신장 등 엔진 부품에 해당하는 신체 기관은 현대 의학으로 어느 정도 기능 보존이 가능하다.
그것이 수명 연장에 결정적 도움을 줬다.
초고령 사회는 몸에 축적되는 여러 질병을 끌고 갈 보디(body)가 문제 된다.
다소 뚱뚱한 사람이 정상 체중보다 질병 사망률이 낮은 것도 살짝 과체중 된 몸이 일단 생긴 질병을 버티는
내구력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장수의학자들은 건강 100세를 위해서는 새로운 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역삼각형으로 떡 벌어진 어깨,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동안 멋진 몸은 상체 중심이었다.
하지만 초고령 장수 사회에 어울리는 몸은 하체 중심이다.
의학자들이 이상형으로 그려 놓은 100세인상(像)은 기형적으로 과장된 하체를 갖고 있다.
무게중심이 낮아, 잘 넘어지지 않는 몸이다. 푸짐한 근육으로 허벅지와 엉덩이가 불룩하다.
초고령은 움직임과의 싸움인데, 이 근육들은 보행의 근원이자, 면역력의 원천, 골절 방지 쿠션 역할까지 한다.
장수 성형술이 나온다면, 대둔근 확대술이 첫째다.
/일러스트=이철원
척추뼈 마디들은 더 넓적하고 두툼했어야 했다.
그래야 오랜 압력으로 인해 생기는 퇴행성 디스크를 막고, 척추관 협착증이 적다.
조물주는 직립 보행 효율성에 치중하여 척추를 디자인했지 싶다. 이를 보완하려면 복근을 두툼하게 키워야 한다.
복근이 척추 압력을 줄여주는 생체 복대다. 척추 골다공증은 앞쪽부터 온다.
그래서 노년기 몸은 갈수록 앞으로 쏠린다. 시선이 바닥을 향하기 시작하면 삶의 폭도 준다.
노를 젓듯 등근육을 써야 몸이 바로 선다. 등근육이 자세 보정기다.
초고령 사회에 필요한 몸은 축구 선수로 치면 호나우두가 아니다. 예전의 마라도나 같은 몸이어야 한다.
낮고, 두껍고, 기민하고, 단단한 미드필더가 제격이다.
그래야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스웨덴 작가의 소설 제목)이 가능하다.
65세 이상 고령자 3588만명이 있는 일본서 지난 일 년간 살아본 경험에 따르면,
돌봄 없이 자립형 활동 초고령자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거의 대부분 생활과 교통,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에 산다.
몸은 다부지고, 평소 걷기에 더해 근육 운동을 한다.
집 주변 가까운 곳에 자기만의 운동장이나 체육관을 두고 있다.
식사에 단백질을 빼먹지 않는다. 매일 집 밖을 나가 외출하고, 낮에 햇볕을 쬔다.
멀리 있는 혈연·학연도 챙기지만, 사는 동네서 어울리는 친우와 단골이 많다.
지역력(地域力)이 세고, 친화력이 넓으면, 인생 지구력이 길다.
사는 게 전쟁이라면, 60대까지는 전방위로 이루고, 나아가고, 쌓아가는 전면전 행태다.
하지만 인생 종반은 각자 일군 삶터 안에 머물며 버티는 진지전(陣地戰)이라는 생각이다.
노화는 생물학적으로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기능과 활성이 떨어져 가는 상태다.
그러기에 여든에 이르면 고음역 청각의 30%만 남고, 심장 박동 혈액량과 폐활량이 젊은 시절의 절반으로 준다.
이는 거꾸로 자신을 움츠려 외부 환경과 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방어 수단이다.
삶을 천천히 길게 가려는 효율적인 생존 수단이기도 하다. 다부진 근골격으로, 각자 의미 있는 진지전을 펼친다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고령 사회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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