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첫 밤을 꼬박 지새운 신부는 새벽을 기다리며 시부모에게 인사드리러 갈 참이다. 눈썹 화장 하나까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은근슬쩍 남편에게 눈썹 색깔의 농담(濃淡)을 물어본다. 언뜻 보면 이 시는 수줍은 신부의 애교 섞인 사랑 노래 같기도 하다. 그러나 시 속 대화는 신혼부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시인은 당시 과거시험을 앞둔 선비였고 시를 받은 상대는 수부낭중(水部郎中)을 지내던 장적(張籍)이었으니 말이다. 과거를 보러 장안에 온 시인은 앞서 이미 장적에게 자신의 재능을 평가받으려고 시문 26편을 건네 둔 터였다. 시험이 임박해 오자 젊은 선비는 자못 초조하고 불안했다.
“제가 그린 눈썹 색깔이 유행에 맞을까요”라는 말은 사실 자신의 시재(詩才)가 채점관의 마음에 들지를 우려한 조심스러운 탐문이다. 그런 심정을 시인은 갓 결혼한 신부가 시부모를 배알하는 장면에 빗댔는데 그 발상이 실로 기발하다. 후일 이 시는 아예 ‘시험을 앞두고 장수부에게 드린다(근시상장수부·近試上張水部)’라는 시제로도 불렸다.
‘신부’의 이 애처로운 심사에 장적은 어떻게 화답했을까.
“월나라 미녀가 화장 마치고 맑은 호수에 등장한 셈/
스스로 미모를 잘 알면서 별걱정을 다 하는구나/
고급 비단을 걸친 미녀라고 한들 누가 지금 예뻐하랴/
마름 따며 부르는 그대의 노랫가락이 만금짜리인걸.”
염려 마시라, 그대는 분명 시부모의 눈에 쏙 들 거라는 극찬이다. 과연 그는 진사에 급제했고, 순탄한 관료 생활을 누리진 못했지만 장적의 시풍을 온전히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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