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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울산시장 수사도 靑 지시, 정권의 충격적 정치 공작/ [만물상] 공산당과 선거

바람아님 2019. 11. 27. 06:35


[사설] 울산시장 수사도 靑 지시, 정권의 충격적 정치 공작


(조선일보 2019.11.27)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실이 울산경찰청에 한국당 소속 울산시장 수사 첩보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울산시장이 한국당 공천을 받은 날 사무실을 압수 수색해 결정적 흠집을 만들었다.

결국 울산시장은 낙선하고 문재인 대통령 친구가 당선됐다. 압수 수색한 혐의는 나중에 모두 무혐의가 됐다.

완전한 정치 공작이다. 이런 공작을 수석 차원에서 했을 리 없다. 윗선이 어디인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감찰했던 청와대 특별감찰반 관계자들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윗선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불이익을 당할까 쉬쉬하다 뒤늦게 '외압'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유씨 감찰과 관련해 "비위 첩보 근거가 약했다" "품위 손상 수준의 사적인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는 특감반 보고 내용과 똑같고, 품위 손상 수준이 아니라 뇌물이라고 한다.

청와대가 유씨 비리를 덮어줬다. 명백한 직권 남용 범죄다.


유씨는 특감반 조사에서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을 뿐 금품 수수는 시인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무리하게 감찰을 중단시키고 비리를 은폐했다.

유씨는 "조국 전 수석의 얼굴도 본 적 없다"고 했다. 모르는 사이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조씨가 자기 판단으로 유씨를 봐주기 위해 감찰 중단 지시를 내렸다고는 보긴 어렵다.

조씨를 움직일 수 있는 다른 누군가의 압력 내지 청탁이 있었다는 뜻이다.

유씨는 특감반 감찰 중단 이후 금융위 추천으로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이 됐다.

금융위 자체 판단이 아니라 민주당 요구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부산시 부시장이 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누군가로부터의 막강한 지원이 계속된 것이다.


유씨를 감찰한 특감반원들은 감찰 중단 이후 검찰로 원대복귀 조치됐다. 사실상 청와대에서 쫓아낸 것이다.

경찰이 특감반원들을 뒷조사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유씨는 자신을 찾아온 특감반원에게 "당신 아직 거기(청와대)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감찰을 겪었으면서도 부산시 부시장 시절 다시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유씨의 뒷배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안하무인이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일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자칫 조씨에게 책임을 묻는 걸로 끝나버릴 수가 있다.

조씨를 움직인 진짜 뒷배가 누구인지는 묻혀서 안되고 묻히지도 않을 것이다.



[만물상] 공산당과 선거


(조선일보 2019.11.27 안용현 논설위원)


2011년 중국 광둥성 우칸(烏坎)촌 주민 1만3000여 명이 폭력 시위를 벌였다.

부패한 지방 관리가 주민 공유 토지를 헐값에 부동산 업자에게 팔자 마을 공산당 본부와 파출소를 때려 부쉈다.

당시 공산당은 무력 진압 대신 주민 요구대로 땅을 돌려주고 마을 대표를 직선 투표로 뽑도록 했다.

유권자 80%가 투표한 선거에서 시위 주동자였던 린쭈롄이 촌 서기에 당선됐다.

그러나 중국 내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은 5년 만에 린쭈롄 구속으로 막을 내렸다.

돌려받은 토지 처리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이 일어났고 직선제 서기가 이를 조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0년 선거법을 개정해 기초 단위인 촌과 향(鄕)에서 주민이 '직접선거'로 대표를 뽑는 길을 열었다.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치 민주화 실험에도 나선 것이다.

그랬더니 공산당 이념과 능력을 갖춘 인재가 아니라 낡은 지방 토호가 대거 당선됐다.

한 중국 인사는 "서구식 선거제를 잘못 도입하면 중국이 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후 지방 선거는 요식 행위로 회귀하고 있다고 한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공산당 내부에선 당 인사를 놓고 구성원들이 투표를 하기도 한다.

시진핑과 리커창이 차기 최고 지도자를 두고 경합할 때 공산당 중앙위원 200여 명이 투표했다고 한다.

당시 후진타오 주석이 밀던 리커창이 우세할 것이란 전망을 깨고 시진핑이 최다 득표를 했다.

이는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보통 당내 투표는 인사 참고 자료일 뿐이며 당 지도부의 낙점이 결정적 변수다.


▶엊그제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汎)민주파가 388석을 휩쓸어 친중파 63석을 압도했다.

2015년 '친중파 308석 대 범민주파 122석' 구도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이번 홍콩 민주화 시위대는 'Be water(물이 되라)'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홍콩 배우 이소룡의 영화 대사인데, 핵심 지도부가 없어도 물 흐르듯 시위하라는 뜻이다.

구의원 선거에 나타난 홍콩 민심은 분노한 물이 배를 뒤집을 듯한 기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이 '홍콩 선거가 끝났다'고만 하고 결과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홍콩 시위대를 "일부 폭도"라고 해왔는데 친중파가 완패한 선거 결과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공산당 지도부는 '민주 선거를 확대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더 굳혔을 것이다.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가 2047년이면 종료된다.

한 세대가 지나면 홍콩이 이번처럼 성난 민심을 선거로 표출할 길마저 막힌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