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는 어쩌다 사면초가가 된 걸까
노컷뉴스 2019.11.28. 11:42
북 미 일 중, 경제 군사이익 앞세워 한국에 날 세워
동북아의 외톨이가 되는 순간 먹잇감 전락
동북아 패권전쟁 시 초토화되는 곳은 한반도
한미일 동맹 견고히 하며 '시간을 벌어야'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는 미국이 협조하지 않거나 제동을 걸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없는 경제 군사적 종속관계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 상황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문제나 한일관계를 주체적으로 돌파해 나갈 힘도 묘안도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 결렬과 한일 간 지소미아 갈등을 지켜보면서 한미동맹 재설정이라는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결렬된 방위비 분담금 협상 시한을 연말로 정해놓고 있지만 워낙 입장 차가 커서 타결을 낙관하기가 어렵다. 자칫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공들여온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 개선은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의 냉대와 압박의 결과만 가져왔다. 남북협력사업의 상징인 금강산의 남쪽 자산 철거 요구에 이어 서해 최전방인 창린도를 찾아 포사격을 지시하는 등 9.19 남북군사합의까지 위반하며 긴장을 높이고 있다.
중국 역시 한국의 사드배치 이후 닫았던 빗장을 여전히 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북·미·일·중 모두가 자국의 경제와 군사이익을 앞세워 한국에 날을 세운 형국이다.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되고 말았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 겪는 위기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이대로 동북아에서의 외톨이가 되는 순간 구한말처럼 사냥개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도 미국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란 생각은 위험하다. 미국은 영원한 우리 편이 아니다. 미국은 동북아 유사시 남한을 포기할 수 있지만 일본은 포기하지 않는다. 대한해협 건너 일본에 주둔 중인 주일미군과 유엔사령부를 통해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싸워야하기 때문이다.
전환기에 들어선 동북아의 안보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외톨이가 되지 않고 사면초가에 몰리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프레임은 한·미·일 동맹임을 부인할 수 없다. 누가 뭐라 해도 아직은 그렇다. 북·중·러 동맹의 군사력이 냉전시기 이후 가장 위협적일 만큼 강력해진 것만 보아도 그렇다.
넘어야할 산 같은 일본이지만 지금 당장 일본을 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벌어 일본의 경제전쟁에 맞설 수 있는 기반을 세워야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종속된 경제 군사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지금은 한미동맹을 견고하게 구축해 동북아 질서에서 편입되어야 한다.
[CBS노컷뉴스 조중의 기자] jij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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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관계의 종언?
한국일보 2019.11.28. 04:43유감스럽지만 남북관계의 종언을 고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북한 당국이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남북관계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개선과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9ᆞ19 군사합의를 두고 “북남 사이의 무력에 의한 동족상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으로 참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선언했다. 그런 그가 최근 남북 접경지역인 창린도 방어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시했다. 9ᆞ19 군사합의는 접경지역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단한다고 되어 있다. 북한은 우리가 먼저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전략자산 반입을 해 이 합의를 어겼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군사합의가 깨지면 4ᆞ27 판문점선언, 9ᆞ19 평양공동선언 불이행과 함께 남북관계는 2017년 상황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나락으로 떨어지는 배경에는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이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문제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보다 근본적인 본질과 한계를 들여다보는 듯하다. 북미 관계가 개선되어도 자동적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는 우려의 근거다.
북한 측은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 조건들을 던져 놓았다. 첫째, 미국 의존성에서 벗어나는 것, 둘째 남한 내 대북 우호적 정치ᆞ사회 환경 조성이다. 우리 정부의 미국 의존적 태도는 물론, 남한 내 반북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이든, 고위급 회담이든 무의미하다고 본다. 지난해 판문점선언, 평양선언 이행의 현주소가 시사하듯 새로운 합의를 해 봐야 이행이 안 될 것으로 간주한다. 북한은 지금 우리 내부의 정치적 분열이 심각한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극심한 분열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으면 남북관계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내부의 반북 정서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보수 세력들이 현 정권을 친북정권이니, 좌파정권이니 하고 헐뜯어대고 그 연장선 위에서 남북합의 파기를 떠들며 북에 대한 비난과 공격에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남북관계 개선 조건들은 근본적 문제들로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다. 최근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조건부 연기 결정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실망하고 있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한다면 남북관계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 2020년 총선과 미국의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 암울해진다. 내년 초부터 우리 내부의 정치적 분열은 더 극심해질 것이고, 미국의 내부 정치도 우리 못지않게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오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 북한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상황은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조건과 환경을 먼저 만들어놓아야 그때 정상회담이든, 교류협력이든 적극적으로 나오겠다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메시지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통해 체제안전과 경제발전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하려 했던 그의 야심찬 계획이 물거품이 될 상황에 봉착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잘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사실 일찌감치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제재 장기화에 대비한 독자적 생존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그는 이제 남한을 배제한 채 반영구적 분단국가를 건설하고자 할 것이다. 이런 시도들이 김 위원장이 올 4월 시정연설에서 밝힌 ‘새로운 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까. 그의 인식과 태도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자주외교의 실현, 내부 분열의 극복이 지금 가장 큰 시대적 과제로 읽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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