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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發 이상한 정치 사건들, 모두 靑이 사령탑 아니었나

바람아님 2019. 12. 1. 11:53

(조선일보 2019.11.30)


작년 6월 지방선거 때 경찰이 울산시장 한국당 후보가 공천을 받자마자 표적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집권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노골적인 선거운동이었다. 선거 전만 해도 현직 시장인 야당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앞서 있었지만

울산 시청에 대한 경찰의 압수 수색을 계기로 선거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해 여당 후보가 역전승했다.

울산 시장 선거만이 아니었다. 창원 시장 야당 후보도 당이 공천을 확정하는 날 경찰이 수사 착수를 밝혔다.

이 후보도 낙선했고 노무현 정부 때 장관의 동생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야당 후보는 1년 넘게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밖에도 경남 사천 시장, 양산 시장, 함양 군수 후보를 비롯한 야당 출마자 8명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고

당시 경찰청장이 밝혔다.


경찰의 선거 개입은 부산·경남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국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접전지인 데다 대통령이 이 지역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한다.

당시 한국당 지도부에선 "부산·경남 지역 후보를 공천만 하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다"고 할 정도였다.

일부 출마 예상자들은 "공천받았다가 수사 대상 될까봐 겁난다"며 공천을 포기하기도 했다.


선거전이 시작됐는데 특정 후보에 대해 검·경이 수사에 착수하면 상대 후보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은

물어보나 마나다. 근거 없는 흑색선전도 선거의 향방을 좌우하는 마당에 국가 수사기관이 비리 혐의가 있다면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는 후보에게 표를 줄 유권자가 얼마나 있겠나.


그래서 주요 정당의 공천 후보에 대해서는 수사를 선거 이후에 착수하는 것이 검·경이 지켜온 암묵적인 관행이었다.

정치 개입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경찰은 집권당이 관심을 갖는 지역마다

야당 후보를 표적 삼아 수사에 착수했다.


일반적으로 경찰이 정치에 직접 뛰어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는 주로 검찰의 몫이었다.

그런데 이 정권 들어 갑자기 경찰이 노골적으로 야당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선거 공작만이 아니다.

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하는 바로 그날 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흘려 흙탕물을 끼얹은 것도 경찰이고,

야당 대표의 공항 내 시비를 흘린 것도 경찰이었다. 모두가 전례 없는 일이었고 고의성이 다분했다.

울산 시장 선거 공작을 보면 경찰을 동원한 이 모든 이례적 행태의 배경엔 청와대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여당 후보 당선을 위해 경찰 수사를 동원한 것은 선거 공작이자 명백한 선거법 위반 범죄다.

전 정권 때 국정원 일부 요원의 인터넷 댓글이 처벌을 받았고, 정보 담당 경찰이 총선 여론 수집을 했다고

무더기로 기소됐다. 선거 공작은 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혐의가 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