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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靑 '백원우 별동대원' 극단적 선택, 왜 그랬겠는가

바람아님 2019. 12. 2. 10:45

(조선일보 2019.12.02)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비공식적으로 운영한 이른바 '별동대'에서 근무한 검찰 출신 행정관이

1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경찰에 울산시장 야당 후보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날 참고인 출석이 예정돼 있었다.

행정관이 속했던 백원우 별동대가 선거 전 울산에 내려갔던 이유가 야당 시장에 대한 비리 첩보 수집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울산 검경이 갈등을 빚었던 고래 고기 사건 때문"이라고 변명했었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업무인 민정비서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게 되자 둘러댄 것이다.

노 실장 설명이 사실이라면 행정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

검찰 수사에서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에서 괴로움이 컸을 것이다.

청와대의 거짓 강변이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것 아닌가.


노 실장은 울산시장 야당 후보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해 "선거가 끝난 후에야 보고받았다"고 했다.

반면 검찰은 9번의 보고 중 8번이 선거 전에 이뤄졌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노 실장은 "청와대가 보고를 요청한 게 아니다"라고 했지만 검찰은 대부분 청와대 문의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은 울산 시장 관련 첩보를 "그냥 경찰에 넘긴 것"이라고 했지만 경찰이 받은 문건은 최초 제보 문건보다

내용도 충실하고 법률적 판단까지 담겨 있다고 한다.

 "개인이 아니라 법을 잘 아는 기관에서 쓴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내용을 손봐서 넘겼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백 전 비서관은 또 경찰에 넘긴 첩보가 너무 많아서 뭘 넘겼는지 기억도 안 난다는 식으로 변명했지만

백 전 비서관과 경찰 사이에서 전달자 역할을 한 반부패비서관은 "백 비서관이 가져온 첩보를 공문 처리 않고

경찰에 보낸 것은 그것 한 건이었다. 유일한 사례여서 똑똑히 기억한다"고 했다.

비서실장과 백 전 비서관 두 사람의 변명은 모두 의혹이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리게 만들기 위해 둘러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관계와 맞지 않아 곧장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이 허위로 드러난다는 것은 심각한 사태인데도 해명도 않는다.


백 전 비서관과 노 실장은 검찰 수사에 대해 "이 시점에 이 문제를 꺼낸 의도가 궁금하다"  "비정상"이라고 했다.

노 실장은 "가짜 뉴스의 범람이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기"라고도 했다.

정권 차원의 의혹이 불거지면 청와대 반응은 늘 이런 식이다. 일단 부인하고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윽박지른다. 그러다 거짓말이 드러나면 해명도 않고 딴청을 부린다.

도둑이 "도둑 잡아라"고 고함치는 모습은 '조국 사태' 때 익히 보던 광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