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나라는 가난하고 어떤 나라는 부유한가? 또 역사적으로 언제부터 그와 같은 빈부 격차가 발생했는가?
최근 경제사학계는 지구적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50년 전에는 산업혁명이 왜 프랑스가 아니라 영국에서 일어났는가를 물었다면,
이제는 산업혁명이 왜 아시아나 아프리카가 아니라 유럽에서 일어났는가를 묻는 식으로 질문 자체가 바뀌었다.
역사가들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이제 어느 정도 받아들일 만한 수치 자료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수치들을
잘 들여다보면 세계사의 큰 흐름 속에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헤아려 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부유한
국가들은 모두 1820년경에 이미 부유한 국가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달리 표현하면 대체로 19세기 초에 선두그룹에 들어간 나라들은 그 이후 계속 성장가도를 달렸고,
그때 뒤처진 나라들은 계속 후진 상태에 머물렀다.
이렇게 국가 간 경제력 순위가 유지되는 동시에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1820년에 영국과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유럽 선진국들의 1인당 GDP는 1990년 달러 기준으로 1700~1850달러였던 데 비해
다른 대륙은 대개 500~700달러 사이이고, 아프리카는 415달러로 최하 수준이었다.
오늘날에는 부국들의 1인당 GDP는 2만5000~3만달러 사이이고,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은 5000~1만달러 사이이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평균 1387달러이다.
두 시점 사이를 비교해보면 영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17~25배,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은 10배, 사하라이남 아프리카는 3~6배 성장했다.
학자들은 1820년경에 세계사적인 대분기(大分岐, Great Divergence)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이 시기부터 부국과 빈국 사이의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세계사적인 흐름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나라들로는
일본, 한국과 대만, 그리고 그보다는 덜 뚜렷하지만 러시아(소련)를 들 수 있다.
일본만 해도 1820년에 세계 평균으로는 빈국이었지만 20세기에 최대 부국 집단에 합류했다.
한국은 1820년부터 현재까지 1인당 GDP가 무려 35배 성장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최근 경제사학계에서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빈곤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선진국으로 향하는 한국의 사례는 세계의 많은 빈국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아마 현재가 또 다른 분기점이 아닐까 싶다.
과연 우리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 '기적'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우리의 문제이자 동시에 세계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