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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19] 악기 연주

바람아님 2014. 1. 12. 10:09

(출처-조선일보 2011.07.1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비록 단기간이나마 두뇌의 시공간 인지 능력이 향상된다는 이른바 '모차르트 효과'가 등장하여 많은 부모들의 마음을 뒤흔든 게 어언 20년 전의 일이다. 모차르트 효과는 특히 어렸을 때 두드러진다고 하여 클래식음악 듣기가 태교의 필수 항목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다분히 인기에 영합하려는 미국 조지아 주지사는 자기 주에서 태어나는 아기들 모두에게 클래식음악 CD를 한 장씩 사주겠다며 10만달러가 넘는 예산을 신청하기도 했다.

서양예술음악이 피타고라스 수학에 이론적 기반을 둔다고 해서 음악 교육과 수학 실력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가 특별히 많다. 어려서 음악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산수 성적이 더 높다든가 클래식음악을 들은 직후 수학 시험을 본 대학생들이 팝음악을 듣고 시험을 본 학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식의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다. 그러나 로베르 주르뎅은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에서 음악가들의 지능지수가 그리 높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모차르트 155, 멘델스존 150, 헨델 145를 빼면 대체로 평범한 수준이다. 믿거나 말거나, 베토벤은 135, 바흐는 125, 그리고 하이든은 120 정도란다.

2010년에 발표된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 심리학자들의 '모차르트 효과의 마지막 커튼'이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온갖 논란에 휘말렸던 모차르트 효과는 한마디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이 우리의 지적 능력이나 품성의 향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최근 미국 캔자스 의과대학 연구진은 60~83세의 노인 70명을 상대로 수행한 연구에서 10년 이상 악기를 연주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비언어 영역의 기억력이 훨씬 탁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요즘 고등학교 동창 송년회에 가면 희끗희끗한 머리에 색소폰을 배웠다며 수줍게 솜씨를 뽐내는 친구들이 있다. 어려서 바이올린 레슨을 받던 외사촌 동생을 무척이나 부러워했던 나도 요즘 더 늦기 전에 악기를 하나 배워보면 어떨까 혼자 가슴 태우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자꾸 대금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정말 해낼지도 모르면서 덜컥 악기부터 사서 돈을 허비하느니 그냥 시조나 배워보지 하며 마음을 다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