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과 해적의 차이는 무엇일까? 개념적으로 해적은 국가 권력이 통제하지 못하는 바다에서
사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집단이다. 국가의 지휘와 통제를 벗어나서, 그리고 종래에는 국가에 대해
폭력을 휘두르는 집단이어야 해적이라 일컬을 수 있다. 국가권력이 바다를 다 제어하지 못할 때
해적이 기승을 부린다. 국제 교역이 크게 발달하여 수많은 상선들이 왕래하게 되었지만, 해군이
드넓은 대양을 전부 감시하지 못하던 18세기 초가 해적이 가장 크게 기승을 부렸던 시기이다.
전설적인 해적인 바르솔로뮤 로버츠는 1719~1722년 동안 카리브 해에서 무려 400척 이상의 배를
나포하였다.
흉악한 도적에 불과한 해적이 낭만적인 이미지를 띠게 된 데에는 할리우드 영화가 한몫을 했다. 에롤 플린에서부터 조니 뎁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잘생긴 남자 배우들이 해적 선장 역할을 하며 멋진 활약상을 보이는 영화 때문에 해적은 꽤나 낭만적인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실상을 알면 그런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재물을 빼앗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붙잡아 잔인한 고문을 일삼았다. 헨리 모건 같은 해적 선장은 희생자의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불붙은 심지를 꽂고 단도로 온몸을 난도질하곤 했다. 희생자의 손, 발, 코, 귀를 자른 다음 그 자리에 꿀을 발라서 나무에 묶어 두어 벌레들이 파먹어들어 가게 만드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몽바르라는 프랑스인 해적은 포로의 배를 갈라 내장을 끄집어내어 끝 부분을 벽에 못으로 고정시킨 다음 횃불을 들이대서 희생자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내장이 딸려 나오도록 하는 엽기적인 고문을 가했다.
낭만적인 역사가 중에는 해적 집단이 우애로운 공동체인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과 거리가 멀다. 그들 간에 싸움이 벌어지면 칼부림이
다반사였고, 서로 잔인한 처벌을 했다.
예컨대 처벌할 사람을 옷을 벗겨 가운데 세워두고 둘러싼 사람들이 뾰족한 칼이나 컴퍼스 같은 것으로
사정없이
찔러댄 다음 피 흘리는 희생자를 벌레가 우글거리는 통에 집어넣고 통 입구를 천으로 막기도 했다.
실제 역사상의 해적은 문자 그대로
천하의 악당들이었다.
국가의 존립을 처음부터 아예 부정하면 모를까, 국가를 위해 일하는 해군을 다름 아닌 해적에 비유한다는 것은 개념적으로 전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이전에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닌 것 같다.
국가의 존립을 처음부터 아예 부정하면 모를까, 국가를 위해 일하는 해군을 다름 아닌 해적에 비유한다는 것은 개념적으로 전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이전에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