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내내 나는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의 열대우림을 들락거렸다. 아즈텍개미의 행태를 연구하려 몬테베르데라는 코스타리카의 고산지대에 머물던
1986년 어느 날 밤, 숲 속에서 나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오렌지색의 황금두꺼비(golden toad)를 보았다. 기껏해야 함지박만한
물웅덩이에 족히 여남은 마리는 될 듯한 수컷 두꺼비들이 마치 우리 옛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선녀들처럼 멱을 감고 있었다. 행여
들킬세라 숨소리마저 죽이고 나무 뒤에 숨어 그들을 훔쳐보던 나는 영락없는 나무꾼이었다. 다만 그들이 '수컷 선녀'란 게 아쉬웠을
뿐.
1960년대 중반 황금두꺼비(golden toad)를 처음으로 발견한 양서류학자는 온몸이 거의 형광에 가까운 오렌지색으로 뒤덮인 작고 섬세한 두꺼비를
보고 누가 그 두꺼비를 통째로 오렌지색 에나멜 페인트 통에 담갔다 꺼낸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고 한다. 깜깜한 열대 숲 속에서 손전등 불빛에 비친
황금두꺼비들을 보노라면 정말 그들이 실제로 이 세상에 존재해도 되는 동물인가 묻게 된다. 그런 그들을 과학자들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1989년
5월 15일이었다. 결국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2004년 그들을 완전히 절멸한 것으로 보고했다. 처음 발견된 시점으로부터 치면 불과
38년 동안 겨우 10㎢ 넓이의 고산지대에서 살다가 영원히 사라지고 만 것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난 7월 14일 역시 멸종했다고
알려져 있던 무지개두꺼비(rainbow toad)를 87년 만에 재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국제자연보호연맹과 국제환경보호단체들의 지원을 받아 말레이시아대학의 생태학자들이 수년간의 탐사 끝에 서부 사라왁 열대우림에서 발견한 것이다. 무지개두꺼비는
두꺼비치고 별나게 다리도 길고 온몸이 온갖 밝은 색들로 뒤덮여 있는 특별히 예쁜 두꺼비이다.
며칠 전 부산에서도 희귀종인 예쁜 하늘색 청개구리가 신라대 고현숙 교수의 연구진에 의해 발견되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는 동물이 바로 양서류인 상황에서 참으로 기쁜 소식들이다.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동물들도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데, 갑작스러운 산사태로 우리 곁을 떠난 그 고운 이들도 환생할 순 없을까 사뭇 허황된 꿈을 꿔본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