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디지털 산책] 디자인 지키기에 사활 걸어야

바람아님 2014. 1. 19. 12:30

(출처-디지탈타임즈 2012-04-16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디지털 산책] 디자인 지키기에 사활 걸어야

애플이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를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제소한 게 2011년 4월 15일이니 꼭 한해 전의 일이다. 그런데 제소의 주요 이유가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를 삼성 갤럭시S와 탭 등이 침해했다는 것이어서 화제가 되었다. 디자인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해야한다는 것은 이미 `디자인보호법'이 제정되어 있으니 당연하겠지만, 트레이드 드레스라는 개념은 생소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상품외장', 즉 트레이드 드레스는 1989년 미국에서 제품과 포장의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색채ㆍ크기ㆍ모양 등에 대한 혼동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상표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되었다. 즉 물품의 `모양과 느낌(look and feel)'이 유사해서 소비자들이 어떤 회사의 제품을 특정 회사의 것으로 오인하여 구매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사전에 보호할 내용과 범위를 등록하여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자사의 제품을 그대로 베낀 사안이 발생하면 법원에 제소하여 모방 여부를 심판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트레이드 드레스에 관련되는 분쟁에 대해서는 신속한 판결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이번 법적 분쟁이 나라마다 법원마다 제각기 다르게 전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비자들이 문제가 된 삼성의 제품을 애플 것으로 오인하고 구매할 만큼 유사한가? 삼성이 그런 의도를 갖고 애플제품을 그대로 베꼈나? 등을 객관적으로 밝혀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된 두 회사의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면 규격과 사양이 크게 달라서 타사 제품으로 오인될 개연성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소송에 엄청난 비용이 들 뿐 만 아니라 두 회사가 맞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므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기보다는 타협을 하여 신속히 마무리할거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그런데 디자인 보호와 관련지어 정작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문제는 미국에서조차 디자인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IT전문 매체인 `엔가젯(Engaget)'의 보도에 따르면, 삼성 `갤럭시노트'가 단기간 동안에 500만대가 팔리는 등 크게 인기를 얻자, 디자인은 물론 성능조차 그대로 베낀 짝퉁이 미국시장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이 짝퉁은 갤럭시노트와 판박이처럼 똑같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듀얼 코어 CPU 등 주요 부품은 물론 800만 화소의 카메라까지 그대로이다. 더욱이 일반적인 짝퉁들은 패키지에 사용하는 로고라도 `Samsong' 등으로 바꿔 쓰는 데 반해 `Samsung'으로 표기하였다니 소비자들이 혼동할 것은 불문가지다. 엔가젯은 그런 판박이 모조품들을 `짝퉁'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새로운 명칭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식재산권의 보호가 취약한 나라에서라면 모를까, 미국에서 그런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저렴한 짝퉁이 오리지널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하는 데 따르는 경제적인 손실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짝퉁을 오리지널로 오인하여 구매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특히 한미 FTA의 공식 발효로 미국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은 특단의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면 독창적인 디자인 개발은 물론 디자인을 지키는 데에도 최선을 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디자인보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