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7] "종교 상관없이 누구나 와서 기도하세요"

바람아님 2014. 1. 19. 12:37

(출처-조선일보 2012.04.30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모두 포용하려면 예배당(chapel)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미국의 명문대 MIT(매사추세츠공대)의 예배당이 바로 그 해답을 제공해 준다. 핀란드 태생 건축가인 에로 사리넨(Eero Sarrinen)이 디자인한 이 예배당은 누구든 기도할 수 있는 곳이다.

둥글고 얕은 인공 연못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130석 규모의 이 작은 예배당은 원통형과 육면체로 구성되어 어떤 특정 종교의 속성을 갖고 있지 않다. 단순한 원통형의 건물은 안팎이 모두 거친 벽돌로 마감되었고, 직육면체의 입구 통로는 나무와 유리로 만들어졌다. 예배당 위에 설치된 곡선의 금속제 첨탑과 종탑은 조각가 테오도르 로작의 작품으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듯하다.


'MIT 예배당' - 에로 사리넨, 직경 15m, 높이 9.1m, 1955년. 오른쪽사진은 예배당 내부 모습.
     'MIT 예배당' - 에로 사리넨, 직경 15m, 높이 9.1m, 1955년. 
                                                                  오른쪽사진은 예배당 내부 모습.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면 낮은 3단의 원형 무대에는 직육면체의 대리석 제단이 있고, 그 위에는 원형 천창(天窓)이 뚫려있다. 이 천창을 통해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빛'이 돋보여 모든 종교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법하다. 창문이 없어서 어두운 실내에는 천창을 통해 들어온 빛만이 제단을 비추고, 그 뒤쪽의 장식 병풍은 '빛의 폭포'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각가·디자이너 해리 베르토이아가 만든 이 작품은 천창에서 드리워진 24가닥의 가느다란 줄에 끼워진 수많은 작은 금속판들이 위에서 내려오는 빛을 난(亂)반사시킨다. 그 모습은 마치 성령의 은혜가 강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성도들의 찬양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부 둘레의 나지막한 벽과 외벽 사이의 좁은 틈새에는 수평(水平) 유리창이 있다. 그 창을 통해 연못물에 반사된 빛이 들어와 어두운 벽에 어른거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필자가 30여 년 전 미국 유학 시절에 잠시 방문하고 큰 감동을 받았던 이 예배당은 MIT의 대표적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