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21] 영원한 존재를 목적으로 하는 파라오의 坐像

바람아님 2014. 1. 21. 09:27

(출처-조선일보 2014.01.21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이집트 제4왕조의 세 번째 파라오였던 카프레(Khafre·기원전 2480년경

사망 추정)의 좌상이다. 그의 신전(神殿)에 안치되었던 이 좌상은 고대

이집트 왕의 상징으로 가득하다. 

권좌의 옆면에는 하(下)이집트의 파피루스와 상(上)이집트의 연(蓮)이 

함께 조각되어 카프레가 통일 왕조의 통치자임을 나타내고 있다. 

두건 네메스, 턱에 매단 가짜 수염, 남성용 스커트인 킬트는 파라오의 

전형적 복장이다. 

그의 머리 뒤쪽에는 매, 즉 하늘의 신 호루스가 감싸듯 날개를 펼치고 

있고, 이마에는 코브라가 도사리고 있으며, 그의 권좌는 사자 다리를 

가졌다. 이는 모두 신성(神性)의 상징이다.


파라오의 신성은 세월을 비켜간 완벽한 얼굴, 탄탄한 근육질의 이상적인
몸에서도 드러난다. 
허리를 직각으로 펴고 정면을 향한 자세는 마치 딱딱한 권좌와 
한 몸으로 붙은 것처럼 정적(靜的)이다. 사실 파라오의 몸은 물론이고 
권좌까지도 육중하고 견고한 섬록암 덩어리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오지 않았다. 카프레는 이렇게 바위처럼 굳은 채, 한 치 움직임도
없이 4500년을 보낸 셈이다.

지금은 박물관 조명 아래서 관람 대상이 되고 있지만, 카프레의 좌상은
살아있는 이들의 눈이 아니라 죽은 파라오의 영혼을 위한 존재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육신이 스러졌더라도 영혼은 남아있다고 믿었다. 
미라는 영혼이 거주할 몸이고, 피라미드는 그가 거할 집이며, 조각은 
혹 미라가 손상되었을 때를 대비해 마련한 또 하나의 몸인 것이다. 
따라서 이 좌상의 목적은 흔히 우리가 '미술'에서 기대하는 미(美)가 
아니고, 감동이나 전율도 아니며, 창의성이나 개성의 표현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영원한 존재 자체가 목적일 뿐. 그래서 이 상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위엄과 고요함이 배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