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9] '색깔'이 통합되는 세상… 포스터로 꿈꾼 인종 화합

바람아님 2014. 1. 22. 11:34

(출처-조선일보 2012.05.14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2009년 초, 미국 제44대 대통령 취임식에 즈음하여 제작된 포스터 디자인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성조기를 연상케 하지만 색상이 다른 배경 앞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크게 웃으며 손을 높이 들어 흔드는 모습은 취임식의 극적인 느낌을 실감나게 해 준다. 오바마 대통령이 입은 에메랄드그린색 상의와 빨간색 넥타이는 서로 강렬한 보색(補色) 대비지만 흰색 드레스 셔츠와 검은색으로 완충되어 천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해주고 있다.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는 역사상 최초의 흑백 대결이 뜨거운 관심사였다. 흑인의 후예인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진보의 미국, 보수의 미국, 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틴계 미국, 아시아계 미국은 없다. 오직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이라는 캠페인으로 많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어 인종의 화합을 실천할 새 미국 대통령이 탄생했다.

베네통‘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 축하 포스터’- 2008년. 왼쪽 문구는‘미국의 통합된 색채’.
베네통‘오바마 미 대통령 취임 축하 포스터’- 2008년. 
왼쪽 문구는‘미국의 통합된 색채’.

글로벌 패션 브랜드답게 '베네통의 통합된 색채(United Colors of Benetton)'를 앞세워 인종 간의 이해와 화합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던 베네통 그룹은 이 기회를 적절히 활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이 온 지구촌에 큰 변화와 희망을 확산시킨다는 의미를 담은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이 포스터에서 성조기는 흰색·진회색·노란색의 3가지 색으로 표현되어 백인·흑인·라틴계·아시아계 등 모든 인종이 아무런 차별 없이 하나가 되는 미합중국을 나타낸다. 초록색 바탕에 흰색으로 표기된 '미국의 통합된 색채(United Colors of America)'라는 문안은 자연스레 베네통이 평소에 사용하는 캠페인을 연상케 하여 마케팅 효과도 그만이다.

이 작품은 훌륭하게 디자인된 포스터 한 장이 많은 스토리를 직관적으로 소통시켜주는 신통력을 갖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