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김 위원장이 “책상에 미국을 향한 핵 버튼이 있다”고 큰소리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는 더 큰 핵 버튼이 있다”고 받아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노이 핵 담판이 결렬되자 김정은은 ‘새로운 길’을 천명해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향후 미국이 요구조건을 받아 주지 않으면 ‘새로운 전략 무기’로 ‘충격적인 행동’을 감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말한 이 요구 조건이란, 겉으로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지만 실제로는 북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북한의 ‘인도-파키스탄 핵 무장 모델’을 기정사실화하고 ‘핵 동결’ 협상만 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수용할 리 만무하지만 이미 중국과 러시아가 북 체제 안전보장을 비핵화 조건으로 내세웠고, 한국의 문재인 정부도 비핵화와 관계없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공언했으니 북 지도부가 그런 황당한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하다.
이번 이란 사태를 계기로 북한-이란의 핵 개발 공조관계가 워싱턴에서 새삼 주목받는 것은, 둘 다 재앙적인 다모클레스의 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이란은 전체주의적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고 기술적 한계와 겹쳐 오발 같은 사고 위험도 높다. 궁극적으로 이 두 체제에 근본적 변혁이 없는 한 지금과 같은 협상 반복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국제 사회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비핵화 과정과 무관하게 독자적 대북제재 해제와 협력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미동맹과 국제공조를 뒤흔드는 일종의 자멸 행위가 될 수 있다. 남한의 일방적 북한 감싸기가 오히려 김정은의 정면 돌파 담력만 키워 자칫 핵 사고를 치도록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이 위기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그때 대응하기에는 너무 늦을 수 있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전 국정원 1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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