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박해현의 문학산책] 한국의 586, 소설 속 '디스토피아'를 현실에 옮겨놓다

바람아님 2020. 1. 23. 18:54

(조선일보 2020.01.23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586 특권층, 사법부·공직사회·국회·대기업·노조·시민단체 장악
그들끼리 기득권 누리고 대물림… 한국형 위계 구조의 부조리극
'가짜 평등' 속에 경제 악화·불평등 심화… 그 불행한 미래 눈앞에


박해현 문학전문기자박해현 문학전문기자


요즘 영어권 문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를 꼽으라면 캐나다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를

선뜻 떠올리게 된다.

그녀는 지난해 소설 '증언들'로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맨부커 문학상을 받았다.

백인 남성 우월주의자들이 미국에서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뒤 가부장제를 표방한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고, 여성을 노예처럼 차별한다는 가상 소설이다.

이 소설은 페미니즘을 바탕으로 서양 문명의 몰락을 경고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한다.

성차별과 인종차별,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서구의 현실이 점차 자유민주주의 위기를 거쳐 전체주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스탈린 독재를 염두에 두고 미래의 전체주의를 가상한 것과 같은

충격 효과를 준다는 평가도 받는다.

애트우드는 '증언들' 출간 직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체주의를 이렇게 정의했다.

"전체주의 국가에선 당신이 의지할 곳이 없다.

만약 사법부와 행정부가 일체화된다면, 당신에겐 항소할 법원이 없다"라고 했다.

정치권력이 사법부까지 독점하는 디스토피아를 우려한 작가의 상상력이 먼 나라의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문재인 정권이 법무부를 내세워 검찰 장악에 몰입하고, 사법부까지 충복(忠僕)들로 채우려고 한다.

이미 정권에 기여한 일부 정치 판사는 4월 총선에 나온다고 한다. 우리 현실이 디스토피아 소설을 뺨친다.

이런 정권의 핵심엔 이른바 586세대 특권층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디스토피아는 민주화를 외친 586세대가 장기 집권해 뒷세대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아이러니를

보여줄지도 모른다. 세대론을 떠올리다 보니 소설가 김영하가 지난 2007년 조선일보에 연재한 장편 '퀴즈쇼'가 생각났다.

1980년에 태어난 청년 백수의 삶을 그린 소설이었다. 소설 주인공은 자기 세대를 이렇게 묘사했다.

'역사상 그 어느 세대보다 다양한 교육을 받았고, 세련된 코스모폴리탄으로 자랐다.

(중략) 우리는 후진국에서 태어나 개발도상국 젊은이로 자랐고 선진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겐 직업이 없다. 이게 말이 돼?'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이철원


김영하 소설의 주인공은 이른바 '포스트 586세대'에 속한다.

그는 586세대가 운영하는 편의점 알바로 일하다가 편의점 주인과 다툰 뒤 그만둔다.

대학 때 화염병을 들었다며 운동 경력을 자랑하는 주인이 청년 세대를 향해선 폭군 행세를 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그 일화는 작은 부분이지만, 586세대를 향한 뒷세대의 불만을 반영했다.

소설에 상징적으로 내장된 세대 갈등은 지난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로 인해 현실적으로 크게 불거졌다.

청년 세대는 586세대를 대표한 지식인의 위선에 분노했다.


그때 묘하게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586세대를 비판한 연구서 '불평등의 세대'를 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학술서치고는 보기 드물게 출간 4개월 만에 2만부 넘게 찍었을 정도로 요즘 꽤 읽히고 있다.

이 책은 "산업화 세대가 첫 삽을 뜨고 586세대가 완성한 위계 구조의 희생자는 바로 청년 세대"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586세대 중 특정 집단이 공직 사회와 국회, 대기업뿐 아니라 노조와 시민 단체까지 장악해 그들끼리의 네트워크를 통해

기득권을 누리면서 청년 세대의 진입을 막아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귀족 노조'가 고용 세습과 정년 연장을 요구한 것에 대해선 "자본과 586세대 상층 정규직 노조가 함께 구축한

한국형 위계 구조의 부조리극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철승 교수는 "한 세대의 장기 집권의 폐해는 조용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내부자들은 제 몫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의 책은 조국 사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그 사태를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했다.


조국 사태로 인해 586세대 중 특권층이 형성되어 있고,

그들끼리 편법을 통해 '학력 자본'까지 자식에게 대물림하는 게 드러났다.

586 특권층 상당수가 4월 총선에 여당 후보로 나와 의회를 장악하려고 할 것이다.

그 세대가 지휘하는 검찰과 경찰도 정권의 하수인이 될 날이 멀지 않았고,

자칭 어용 지식인들이 '민주적 통제 사회'를 미화할지도 모른다.

김영하 소설 '퀴즈쇼'가 발표된 이후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586세대 특권층의 동맹이 우리 사회를 서서히 잠식한 결과다.

이대로 가다간 586 디스토피아에 떨어질 수도 있다.

'가짜 평등'을 내세워 유권자를 속인 특권층이 승자 독식의 향연을 누리는 가운데 경제가 악화하고

불평등이 심화하는 세상이 지금 어디쯤 오고 있을까.

 



블로그 내 같이 읽을 거리 :


메울 수 없는 격차 확대… 20대 불평등에 주목하라 
(조선일보 2020.01.18 김성현 기자)

'세습 중산층 사회'


'세습 중산층 사회'세습 중산층 사회
조귀동 지음|생각의힘|312쪽|1만7000원

http://blog.daum.net/jeongsimkim/39516



책, 세대 간 불평등을 저격하다 

(매일경제 2019.08.15 김슬기 기자)
이철승 교수 `불평등의 세대` 정치인 등이 쓴 `평등의 역습`
386세대 비판서 연이어 출간

http://blog.daum.net/jeongsimkim/37481


불평등의 세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불평등의 세대 ; 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
저자 이철승 | 문학과지성사 | 2019.08.09 | 361 p

평등의 역습  : 좌파의 역주행, 뒤로 가는 대한민국

평등의 역습 : 좌파의 역주행, 뒤로 가는 대한민국
저자: 이동관,윤창현,김대호 외/ 기파랑/ 2019/
340.911-ㅍ43ㄱ/ [정독]인사자실(새로들어온책)/ 320 p

386 세대유감  : 386세대에게 헬조선의 미필적고의를 묻다

386 세대유감 : 386세대에게 헬조선의 미필적고의를 묻다
저자: 김정훈,심나리,김향기/ 웅진지식하우스/ 2019/ 268 p
309.111-ㄱ921ㅅ/ [정독]인사자실(새로들어온책) 




"한국 사회 불평등…

정치·경제권력 독점한 386에도 책임"


(조선일보 2019.08.12 김성현 기자)


학술서 '불평등의 세대' 펴낸 이철승 교수


―386세대가 1997년 IMF 외환 위기의 최대 수혜자라고 분석했다.
―세대 간 불평등을 지나치게 과장한 건 아닌가.
―386세대는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다'고 반발할 것이다.


http://blog.daum.net/jeongsimkim/37389 


100대 기업 이사진 세대별 분포 그래프



[김대식의 ‘미래 Big Questions’]

능력 만능주의 불평등 vs 평등주의 독재…2500년 된 딜레마
(중앙선데이  2019.12.28)
김대식의 ‘미래 Big Questions’ 〈8〉 자유·평등
사냥·채집 시대 역사상 가장 평등
1만년 전 농사 지으며 부의 대물림

법 앞의 평등, 표현의 자유 보장 때
자유·평등 함께 만족한 사회 될 것

극단적 불평등은 전쟁·혁명 등 통해 해소
클레이스테네스, 혁신적 대의원제 제안
http://blog.daum.net/jeongsimkim/39475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66] 불평등은 언제부터 존재했는가?
(조선일보 2017.11.29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불평등이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호모 사피엔스의 동기 부여 그 자체가 남들과 차별화된 보상을

기반으로 한다는 불편한 진실에 있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같은 보상을 받는다면 미래에 더 잘할 확률보다 더 못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불평등은 언제부터 존재한 것일까?
약 1만년 전 농경시대 인류가 정착하며 급격한 불평등이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게 기존 가설이다.
http://blog.daum.net/jeongsimkim/28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