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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249] 12년 만의 퇴임

바람아님 2014. 1. 21. 10:20

(출처-조선일보 2014.01.21 최재천 |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지난 1월 1일 12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퇴임했다. 그는 임기 동안 뉴욕의 강력 범죄를 30% 이상 감소시켰으며 지하철역에 시티바이크(Citibike)라는 자전거를 배치하여 뉴욕을 한층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를 만들어 젊은이들이 창업하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들었다. 이 모든 일을 하며 그는 세계 13위 갑부답게 달랑 연봉 1달러만 받았다. 그는 또한 12년 재임 기간 동안 자신의 돈 6억5000만달러를 시를 위해 쾌척했다.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에는 1965년 5달러를 시작으로 하여 지금까지 무려 1조1800억달러를 기부했다. 나는 평생 돈을 벌어야겠다는 꿈을 꿔본 적이 없지만 그를 보며 돈을 아주 많이 벌어 멋지게 쓰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얼음 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를 기획하여 대한민국 축제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강원도 화천의 정갑철 군수가 오는 6월에 1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공직 생활 내내 '지방 10급 공무원'의 자세로 일했다는 조유행 하동 군수도 물러난다. 작년 11월 내가 초대 원장으로 부임한 국립생태원의 설립 과정에서 단연 일등공신으로 활약한 나소열 서천 군수와 '자연이 흐르고, 정이 흐르고, 문화가 흐르는 과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한민국 최상의 행복도시를 만들어낸 여인국 과천 시장도 3선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얼마 전 잠시 공직을 맡았다가 대학으로 돌아온 동료 교수가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내왔다. "성직자보다 더 성스러운 공직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블룸버그 시장은 사무실을 떠나며 "잠이나 실컷 자고 싶다"고 했다는데, 12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나라를 위해 봉사한 성스러운 기초단체장님들에게 고마움의 고개를 숙인다. 마침 금년은 휴일이 무려 67일이나 되어 12년 만에 제일 많다니 오랜만에 충분히 쉬면서 새로운 미래를 기획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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