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엔 소치 동계올림픽도 있고 브라질월드컵 경기도 있다.
하지만 2014년은 무엇보다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100년 전 유럽인들 간의 전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케임브리지 대학 역사학자 레이놀즈(David Reynolds) 교수가 얼마 전 출간한 '긴 그림자(The Long Shadow)'에서 설명하듯, 제1차 세계대전은 그 어느 전쟁보다 역사적으로 더 오랜 영향을 끼쳤다.
거대한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헝가리, 오스만 제국을 멸망시켰다.
1차 세계대전의 사회, 정치, 경제적 결과물은 결국 2차 세계대전의 씨앗이 되었고, 유럽이 헤게모니를 쥐고 수퍼갑 행세를 하던 세상은 20세기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는 세상으로 탈바꿈하였다.
하지만 1914년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중국, 일본, 미국. 당연히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쟁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게 1914년의 교훈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교훈이 또 하나 있다.
2014년 중국이 1차 세계대전 전 독일이라면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전 독일이라는 점이다.
1차 세계대전 패배 후 제대로 된 역사적 교훈을 얻지 못한 독일이 또 한 번 '큰 사고' 쳤듯, 일본 역시 또 한 번 사고 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랑이에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호랑이에게 물리고 나면 아무리 정신 바짝 차려봤자 옵션이 그리 많지 않다. 운 좋아 봤자 그저 죽지 않는다.
살아남는 걸 최고 결과로 생각하는 진정한 루저 철학인 것이다.
1차 세계대전 전 독일과 2차 세계대전 전 독일 사이에 끼여 있는 2014년 대한민국이 가진 숙제는 결국 이거다.
물리고 나서 정신 차려서는 안 된다. 정말 잘 생각하고 잘 선택해 호랑이에게 물리지 않아야 한다.
아니, 호랑이를 잡아 동물원에 넘기든가, 가죽을 벗겨 팔든가, 목에 GPS를 걸어 다시 풀어줄 수 있는, 더 이상 루저가 아닌
역사의 '갑'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