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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호의 도보여행자(Wayfarer)] [20]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와 전염병

바람아님 2020. 3. 2. 16:22

(조선일보 2020.03.02 유민호 퍼시픽21 아시아담당디렉터)


[유민호의 도보여행자(Wayfarer)] [20]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와 전염병
1100년 해양 대국 베네치아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투쟁사이기도 하다.

비잔틴·오스만튀르크와의 해양 무역 도중,

신종 바이러스들도 유입된다.

아시아·아프리카발(發) 전염병이다.

1456년부터 1528년까지 72년 동안 무려

14번이나 각종 전염병이 창궐했다.

매번 도시 인구의 3할 정도가 사라졌다.

약자로 CLT로 표기되는 'Cito, longe, late'

당시 등장한 라틴어 경구(警句)다. '빨리,

멀리 피난하고, 늦게 돌아오라'는 뜻이다.


전염병 역사는 21세기 베네치아 일상에도

남아 있다.

베네치아 명물 음식, '세피아 네로 스파게티'는

그중 하나다. 잘게 썬 오징어와 함께 먹물로

범벅이 된 스파게티다. 세피아 네로는 오징어

먹물이다. 이 스파게티는 흑사병 예방약으로

신봉되면서 베네치아 식탁에 항상 올랐다.

전염병 유산으로 '전염병 의사'도 빼놓을 수 없다. 베네치아 카니발 축제의 단골 캐릭터로,

온몸을 가린 두꺼운 옷과 새 부리 모양 가면이 특징이다. 가면 속에 허브도 넣는다.

1630년 등장한 캐릭터로 전염병 극복의 상징인 셈이다.


바이러스 대확산 소식과 함께, '대구·경북 봉쇄'라는 섬뜩한 말들이 흘러나온다.

현지 거주자 모두를 바이러스 감염자로 몰아세우는, 악의에 찬 발상이다.

유럽 전염병 역사를 통틀어, 베네치아 봉쇄가 논의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CLT가 증거다.

민주주의는 느리고 비효율적일 때가 있다.

한국은 1000만 시민의 자유를 한순간 봉쇄하는, 아우슈비츠 스타일 일당독재 국가가 아니다.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는 6·25전쟁 당시 히트곡 중 하나다.

영남일보에 따르면 1951년 대구 교동시장이 노래 창작 발원지라고 한다.

시련을 극복하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남 탓과 무관한 노래다.

무능·타락 권력이 '대구 코로나'라 조롱하며 후벼 파도 '금순이 대구·경북'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고막이 터질 정도로 외쳐 본다. 굳세어라 대구·경북!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1/202003010153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