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3. 11. 6. 03:06 수정 2023. 11. 6. 06:23
[김윤덕이 만난 사람] 제약 1위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손녀 유일링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柳一韓·1895~1971)이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 된 건 그가 남긴 유언장에서 비롯됐다. 손녀의 대학 학자금 1만달러를 제외한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는다는 내용의 유언장이 공개되자 한국 사회가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 비자금, 탈세, 세습 경영을 당연시하던 1970년대였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1만달러 ‘상속’의 주인공 유일링(62)씨는 “우리 가족은 오히려 ‘그렇게나 많이?’ 하고 놀라워했다”며 웃었다. “기업은 국가와 사회의 것이니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는 할아버지 말씀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자라 전혀 놀랍지 않았다”고 했다.
유일한 박사의 하나밖에 없는 직계 후손이지만 경영에 가족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철칙에 따라 그는 유한학원 재단과 보건장학회 이사로만 이름을 올린 채 미국 애리조나에서 권총 사격 코치로 일하며 산다.
-유일한 박사는 왜 그토록 전문 경영인 체제를 고집했을까.
“할아버지는 모든 직원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믿었다. 가족이나 친인척이 회사에 버티고 있으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저 자리까지는 못 올라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좌절하고 날개를 펼칠 수 없다고 하셨다. 물론 가족의 경영 참여가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유일한은 이승만, 서재필과 함께 1919년 4월 필라델피아 한인자유대회를 이끈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있지만, 태평양전쟁 때 미 전략사무국(OSS) 특수 요원이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반도에 침투해 일제를 타격하는 일명 ‘냅코 프로젝트’ 요원이었다. 가족에겐 한마디도 하지 않고 LA 산타칼리나섬에 들어가 군사훈련을 받으셨다. 그때 나이 50세였다......"
-OSS에서 유일한은 펄 벅을 만난다. 훗날 노벨 문학상을 받는 펄 벅과 우정이 각별하더라. 그의 소설 ‘살아 있는 갈대’는 유일한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었다.
“할아버지와 펄 벅을 서로 가깝게 만든 요소는, 펄 벅이 하이브리드(hybrid)라고 표현한 혼혈 아이들에 대한 감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펄 벅이 부천에 ‘소사 희망원’을 세워 혼혈 고아들을 돌볼 수 있게 해준 분이 할아버지다. 두 사람은 자신들 또한 ‘혼혈’이라고 느낀 것 같다. 펄 벅은 미국인이자 중국인으로, 할아버지는 미국인이면서 애국심 강한 한국인으로 살았다....."
https://v.daum.net/v/2023110603062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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