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3. 11. 23. 03:10
범죄 혐의자가 제 편 많은 지역 출마해 당선된 뒤
‘국민이 무죄 선고했다’ 선언할 수 있는 구조
유권자가 배심원 돼 내 편에 무죄 내리는 한미의 선거 정치
지금 한국과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범죄 혐의자들이 선거로 면죄부를 받겠다고 나서는 일이다. 조국 전 장관이 총선 출마 질문에 대해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한 것은 한 사례일 뿐이다. 각종 비리로 1심에서 징역 2년 유죄를 선고받은 조씨는 2심에서 무죄가 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되는 것으로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당선되면 “국민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할 것이다.
조씨 생각은 특이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에는 이미 이런 전례가 적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한국 정치인으로는 가장 많은 불법 혐의를 받고 있는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자 사실상 수사가 중단됐다. 대선에서 패했지만 바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대표 선거에 당선되면서 그 많은 수사를 다 피해가고 있다. 20명 가까운 종범들이 구속됐는데 ‘주범’ 격인 그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과 당대표 선거에서 패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년 전 총선은 ‘선거로 피의자들 면죄부 주기’가 성행했던 선거였다. 희대의 선거 공작이라는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의 핵심 피의자인 황운하씨가 민주당 공천을 받고 ‘당당히’ 당선됐다. 그러자 4년이 돼가는 아직까지 1심도 끝나지 않는다. 일반인이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겠나.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조국 아들의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는데 ‘당당히’ 당선됐다. 그도 최근에야 유죄가 확정됐지만 4년 의원 임기를 거의 채웠다. 선거로 면죄부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4년 전 총선이나 내년 총선이나 유권자들은 같은 사람들이다. 선거로 면죄부를 준 사람들이 또 투표한다. 하나는 진짜 법정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판 법정이다. ‘선거판 법정’에선 유권자들이 배심원이 돼 ‘내 편엔 무죄, 네 편엔 유죄’를 내린다. 선거판 무죄 선고가 법정의 유죄 선고보다 빠르고 위력적인 것이 한국과 미국의 선거 정치다.
https://v.daum.net/v/20231123031015819
[양상훈 칼럼] 피의자 당선시켜 면죄부 주는 ‘선거판 법정’
'生活文化 > 그때그일그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횡설수설/이정은]헨리 키신저, 1923∼2023 (3) | 2023.12.01 |
---|---|
“가수 삶 저물어, 죽어도 잊지 않으리” 패티김 눈물, 85세 디바의 진심(불후)[어제TV] (3) | 2023.11.26 |
인요한 “미국에 당당하게 받아낼 건 받아내야 한다고 尹에게 말했다” (2) | 2023.11.18 |
'尹 대선공약' 이승만기념관…송현광장 화답하는 서울시 (2) | 2023.11.16 |
[복거일의 이승만 오디세이] 시장경제 씨뿌린 통상·산업정책… 박정희 경제개발 계획으로 이어져 (1) | 2023.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