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바보처럼 웃다 보면[이은화의 미술시간]〈305〉

바람아님 2024. 2. 8. 04:25

동아일보 2024. 2. 7. 23:30

당나귀 귀가 달린 후드 상의를 입은 남자가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다. 왼손은 얼굴 반쪽을 가렸고, 오른손은 안경을 들었다. 왼팔로는 얼굴 형상이 달린 지팡이를 안았다. 옷은 겨자색과 붉은색의 이중 색이고 머리에 쓴 후드 중앙에는 공룡처럼 돌기가 달렸다. 이 우스꽝스러운 복장의 남자는 누구고 그는 왜 이리 웃고 있는 걸까?

이 그림의 제목은 ‘웃는 바보’(1500년경·사진), 서명은 없지만 15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했던 화가 야코프 코르넬리스가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목만 보면 지능이 떨어지는 사내를 그린 것 같지만 차림새는 광대 복장이다.....가장 눈길을 끄는 건 얼굴을 가린 손과 그의 웃음이다......네덜란드 속담에서 ‘손가락 사이로 본다’는 건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을 허용하거나 보고도 못 본 척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어쩌면 그림 속 남자의 웃음은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를 보고도 못 본 척해야 하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자조일 수 있다.

바보의 웃음은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행복과 슬픔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헛웃음은 세속적 욕망의 추구가 헛된 것임을 상기시킨다. 화가는 바보처럼 껄껄 웃다 보면 분노와 슬픔, 절망도 다 지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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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웃다 보면[이은화의 미술시간]〈305〉

 

바보처럼 웃다 보면[이은화의 미술시간]〈305〉

당나귀 귀가 달린 후드 상의를 입은 남자가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다. 왼손은 얼굴 반쪽을 가렸고, 오른손은 안경을 들었다. 왼팔로는 얼굴 형상이 달린 지팡이를 안았다. 옷은 겨자색과 붉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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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화의 미술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