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2. 27. 00:36
JP 증언록에 독자들 다시 열광
절제와 품격 담긴 선 굵은 정치
한동훈·이재명의 현실과 대비
2인자로서의 처신을 충고했다. "절대로 1인자를 넘겨다보지 말아라. 비굴할 정도는 안 되겠지만 품격을 유지하면서 고개를 숙여야 한다. 이때도 2인자다운 논리가 서야 한다. 조금도 의심받을 만한 일은 하지 말아라. 때가 올 때까지 1인자를 잘 보좌해야 한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한다. 진정한 인내는 참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다."
싸울 땐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인간미 흐르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 상대방은 나를 자극하는 경쟁자일 뿐 죽기살기로 싸워 없애야 할 적은 아니다. 나는 '양김(金)'씨에게 붓으로 쓴 편지를 보냈다. 전화나 사람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편지를 선택했다. 평소 쓰던 전용 메모지를 세로로 세워 붓으로 정성과 품격을 담았다.
신군부 2인자 노태우와 마주한 JP다. 46일간의 구금, 부정축재 자백 강요와 공직 사퇴 압박 등 신군부에 큰 고초를 겪은 직후였다. 그런데도 둘의 대화엔 절제와 존중이 흐른다. 가해자에게 전수하는 피해자 JP의 2인자론은 그 백미다.....제4당 총재 JP는 김영삼(YS)·김대중(DJ)에게 회동을 제안하며 야 3당 공조에 나섰다. 예의와 격조를 갖춘 JP의 손편지에 양김이 화답하며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무르익는다.
JP가 말한 "싸울 땐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인간미 흐르는 정치" 역시 현실엔 없다. 붓으로 쓴 편지를 주고받기는커녕 존중과 배려의 기본적 마지노선까지 무너진 지 오래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는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야당은 '기승전-대통령 부인'으로만 재미를 보려 한다. 정치 9단들의 그 시절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총선전의 수준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사석에서 만난 원로 정치인은 "한동훈, 이재명, 이준석 모두 두뇌 회전이 너무 빠른 천재들이라 머리로만 정치를 하는 것 같다. 혼(魂)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AI가 준 정답을 실행하듯 기계적으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비판에만 올인한다....한 위원장이 AI라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고장난 AI처럼 폭주하고 있다. '총선 승리보다 이재명당 만들기가 살길'이라는 잘못된 지령에 사로잡혀 '친명횡재, 비명횡사' 기조에 목을 맨다. 왜 이 시점에 JP증언록이 다시 뜨는지, 답은 현실을 헤매는 정치 초단들이 쥐고 있다.
https://v.daum.net/v/20240227003620142
[서승욱의 시시각각] 김종필의 정치, AI의 정치
https://jeongsimkim.tistory.com/15473
[김종필 증언록 '소이부답'] <11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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