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1. 22. 23:52
잘못을 하고도 사과하기 꺼리는 성격 때문에 이혼 직전까지 간 독자 사연을 접한 적이 있다. 굳은 결심에도 변화가 어려워 고민이라는 그에게 수전 데이비스의 책 ‘감정이라는 무기’의 한 장면을 얘기했다. 남편과 심한 다툼 후, 화가 난 저자가 가출을 감행하는데, 결국 몇 시간 동안 자신에게 익숙한 집 근처만 맴돌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이었다. 우울, 분노, 관계 때문에 힘들고 지칠 때,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이것을 ‘감정의 경직성’이라 부르는데, 사람은 믿으면 안 되고, 사람은 변하지 않고, 사과하면 상대가 나를 만만히 볼 것이란 생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즉 습관이라는 익숙한 어제의 틀로 오늘의 낯선 곤란에 대처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결심만으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대신 구체적인 행동을 늘려야 한다.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면, 하루 세 번 의식적으로 고맙다고 말하는 것부터 연습하는 식이다. 사실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는 사람은 고맙다는 말도 안 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신호 위반 때문에 경찰에게 잡힌 운전자가 다짜고짜 잘못 본 거라고 시치미를 떼며 화내는 것보다 나은 전략은 더위나 추위에 고생하는 경찰에게 일단 수고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사과하고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실제 깔끔하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한 내 친구의 경우, 딱지 대신 주의 조치를 받으며 위기를 모면했다.....제 아무리 화가 많은 사람도 타인이 자신의 입장을 헤아려주면 한결 말랑해진다. 상대의 진심 어린 사과 때문에 손해도 감수하는 게 인간 아닌가.
https://v.daum.net/v/20241122235215570
[백영옥의 말과 글] [381] 미안하다는 말
감정이라는 무기
나를 자극하는 수만 가지 심정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심리 솔루션
저자 수전 데이비드 | 역자 이경식
출판 북하우스 | 2017.9.2.
페이지수 384 | 사이즈 154*225mm
판매가 서적 14,400원 e북 10,08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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