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1. 16. 00:08
이스털린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연봉이 늘어도 더 이상 행복감이 늘지 않는 현상으로 기준은 7만5000달러다. 그런데 최근 “행복의 한계 효용은 없고, 벌수록 행복하다”는 블룸버그 사설을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정말일까. 갓 구운 케이크라도 첫입 이후 만족은 줄기 마련 아닌가. 집이나 연봉 등 익숙해지면 상한의 기준이 느는 게 사람 마음 아닌가. 그런 이유로 심리학자들은 쾌락 적응을 인간 행복의 장애물로 규정했다.
자료들을 읽다가 이스털린이 주목한 게 7만5000달러라는 절대적 소득이 아니라 상대적 가치라는 걸 깨달았다. 연봉 20만달러를 받아도 주위 모든 사람이 같은 돈을 벌면 행복감이 더 올라가진 않는단 뜻이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버는 게 행복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특히 한국처럼 유독 ‘포모(Fear Of Missing Out·고립공포증)’가 심한 곳에선 더 그렇다. 그래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덕목이 많지도 부족하지도 않음을 뜻하는 ‘적당과 적정’이다.
예측 불가능한 주식 시장에서 최고의 매매법은 바닥에 사서 꼭지에 파는 게 아니다. 고수는 적정한 가격에 들어가 적당한 이익을 내고 나온다. 삶도 그렇다. 포만과 과식의 기준이 모두 다르듯 적당함은 오직 나만 알 수 있다. 혼자만의 자기 성찰이 중요한 이유다. 연결이 디폴트가 되면 단절이 더 중요해진다. 타인과의 비교가 바람 불 듯 일상인 세계에서 우리는 계속 흔들릴 것이다.
https://v.daum.net/v/20241116000815955
[백영옥의 말과 글] [380] ‘비교지옥’을 끝내는 적당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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