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4. 11. 29. 04:01
<무너진 교실 : 딥페이크 그후>
①누구도 믿을 수 없다
한 도시 10대 여성 3명에게 벌어진 범죄
판결문 속 가해자 63% 피해자와 아는 사이
배신감에, '내가 몰랐다'는 자기 비난까지
교내 2차 가해·무한복제, 피해자 일상 파괴
여학생은 사진 내리고, 남학생은 장난 치부
아이들이 마음의 벽을 쌓기 시작한 건 지난여름부터다. 10대 여학생을 겨냥한 비슷한 수법의 범죄가 좁은 도시 안에서 잇따라 터진 탓이다. 소식은 인스타그램을 타고 삽시간에 퍼졌다. 범행 장소는 학교와 교회 등 안전해 보이는 공간들이었다. 그리고 3개월이 흘렀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꺼지자 이곳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속은 달랐다. 아이들은 여전히 불안에 떨었고 그들이 생활하는 교실은 혐오에, 도시는 불신에 잠식돼 있었다.
한국일보 특별취재팀은 수도권의 한 도시에서 발생한 3건의 동종 사건이 10대들에게 남긴 상처를 3개월간 쫓았다. 사실 비극은 이 도시 아이들만 경험한 일은 아니다. 올해에만 전국에서 900여 건의 비슷한 사건이 적발됐고 그 가해자와 피해자는 대부분 10대였다.
①믿었던 사람의 배신 : 딥페이크 범죄의 악랄함
믿었던 사람이 사이버 공간에 숨어 피해자를 향한 이중성을 드러낸 악행. 딥페이크 범행의 첫 번째 끔찍함은 여기에 있다. 다정뿐 아니라 피해 여성 대부분이 면식범에게 당했다. 한국일보가 딥페이크 처벌 근거(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의 반포 등)가 만들어진 2020년 6월 이후 이 조항이 적용된 사건 105건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해보니 가해자의 62.9%(66명)가 피해자와 아는 사이였다.
②범인 잡고도 도망 다니는 피해자들 : 2차 가해의 늪
범죄가 들통난 뒤 도망쳐야 하는 쪽은 늘 피해자였다. 어디에 있든 가해 학생들이 불쑥불쑥 나타난 탓이다. 교문 밖도 두려웠다. 공공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가해자가 옆자리에 앉는 일도 있었다.....본지가 입수한 딥페이크 학교폭력 조치결정 통보서들에서도 이런 점은 명확히 확인된다. 40건의 통보서 중 19건에 피해자의 화해 의향이 적혀 있었는데, 단 1건을 제외하고는 화해 가능성이 아예 없거나 낮았다. 학교폭력 사건을 여럿 맡아온 노윤호 변호사는 안타까워했다.
딥페이크범들이 범행 때 활용한 피해자 사진에는 일상이 담겼다. 수련회에서 활짝 웃거나 교실에서 친구와 수다를 떠는 모습 같은 것들이다. 사건이 종결돼 피해자들이 일상 공간으로 돌아와도 온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https://v.daum.net/v/20241129040143416
가장 안전해 보였던 '오빠', 그 놈이 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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