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정치 바람에 뜻밖의 인물도, 최근 10년간 뒷말·비아냥 난무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10월이 되면 세계의 눈은 어김없이 노벨상을 선정하는 스웨덴과 노르웨이로 향한다. 올해는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 화학 평화 경제학 문학의 6개 부문 수상자가 순차 발표된다. 최고 권위를 지닌 노벨상 수상은 개인의 영예는 물론 한 나라의 국력이자 국격으로 통한다. 노벨상에 목말라 하는 것은 세계 각국이 다르지 않다. 특별예산을 투입하고 현지 대사관에 담당관까지 두기도 한다. 그래서 철저한 비밀주의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선정은 종종 경쟁으로, 집착으로, 스캔들로 번진다. 세계의 노벨상 열병은 올해만 해도 필리핀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의 평화상 로비, 중국 정부의 반체제 인사 수상을 막기 위한 역로비 의혹으로 나타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 지난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상을 노린다던데, 요즘은 노벨상을 아무에게나 주니 가능한 일이다”고 반 농담조로 말했다.
노벨상 시즌은 한국에게는 우울한 시기다. 국가별 노벨상 수상자 집계에서 중국보다 뒤지고 일본에는 1명 대 19명으로 한참을 뒤처졌다. 올해는 톰슨로이터가 유룡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과, 찰스 리 서울대 의대 석좌 초빙교수를 각각 화학상과 생리의학상 후보군에 올려 기대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매년 노벨상 소외감이 반복되면서 수상거부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현지 대사를 지낸 전직 외교관들은 그 동안 정치권력의 욕심으로 노벨상 수상을 위한 ‘로비성 홍보’가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노벨상 소외가 그로 인한 부작용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들이 이런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학상 후보에 자주 거론된 고은 시인은 과도한 홍보 탓에 노벨상 심사위원들의 반감을 산 상태라고 전직 외교관들은 전했다. 특히 2000년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 스캔들은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를 제기해온 김기삼 전 국정원 직원이 미국 언론인 도널드 커크와 함께 당시 정부 비밀문서가 담긴 영문판 책의 출간을 앞두고 있어 파장도 예상된다.
노벨상은 과거에도 정치적 수상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폭력 투쟁으로 인도 독립을 이끈 마하트마 간디가 5번 후보에 오르고도 영국과 마찰을 원치 않은 노르웨이 입김으로 매번 탈락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노벨상 스캔들은 최근 더욱 빈번해져, 지난 10년 간 문제되지 않은 경우가 손에 꼽힌다. 작년 유엔 산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평화상을 타자 영국 일간 가디언은 “누가 문제 많은 평화상을 받겠느냐. 차라리 오슬로(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외면 받은 게 명예롭다”고 꼬집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수상은 앞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라며 미리 준 ‘선불 노벨상’으로, 2002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수상은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던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2012년 중국의 친정부 인사 모옌(莫言)이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는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인사가 수상할 정도로 노벨상이 부패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0년 반체제 인사 류사오보(劉曉波)가 평화상을 받아 중국 정부 심기가 뒤틀렸던 것과도 묘한 대조를 이뤘다. 공정성 논란이 커지자 스웨덴 당국은 노벨위원들의 뇌물 향응 의혹을 수사하고, 평화상 선정 적절성에 대해 공개 조사를 벌이기까지 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노벨상은 로비와 정치바람을 타는 일종의 줄타기인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수상에 공을 들이기 보다 기초체력을 양성하다가 유력 후보가 나오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2014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후보는 누구누구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발표 직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지만 후보들은 끊임없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후보군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 가운데 하나가 전문가 그룹이 갖가지 정보를 취합해 후보 목록을 작성하고 배당률을 산정하는 영국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다.
●3위엔 알제리 출신 제바르… 아프리카 작가 강세
↑ 응구기 와 시옹오 케냐 시인
↑ 무라카미 하루키
↑ 고은 시인
↑ 아시아 제바르
래드브록스는 2009년 수상자 헤르타 뮐러, 2010년 수상자 마리오 바르가스요사를 제외하고는 줄곧 높은 적중률을 보여 왔다. 2006년 오르한 파무크의 수상을 정확히 예견한 데 이어 2011·2012년에도 수상자 모옌(중국)과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스웨덴)를 2위로 예측했다. 지난해 수상자인 캐나다의 단편 작가 앨리스 먼로도 지난해 래드브록스에서 유력 후보 5위에 올랐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일 현재 래드브록스에 따르면 케냐 시인 응구기 와 시옹오가 배당률 4대1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시옹오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 아프리카 출신 흑인 작가로는 나이지리아 극작가 월레 소잉카(1986년 수상)에 이어 두 번째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배당률 5대1로 2위로 밀려났다. 하루키는 201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1위 후보로 꼽혔으나 2012년에는 그해 처음 래드브록스에 이름을 올린 모옌에게, 지난해에는 앨리스 먼로에게 각각 패했다. 하루키가 만약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 일본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오에 겐자부로에 이어 세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배출하게 된다.
●고은 시인은 배당률 25대1에 그쳐
하루키를 제외한 아시아 작가로는 중국 저항시인 베이다오(배당률 20대1)의 뒤를 이어 고은 시인(25대1)이 자리하고 있다. 케냐의 시옹오(1위)에 이어 3위에는 알제리 출신 여성 작가 아시아 제바르(10대1)가 올라 있어 아프리카 작가들이 노벨문학상을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기자 출신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10대1)가 제바르와 함께 공동 3위다.
이 외에 국내에서도 친숙한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들도 골고루 포진해 있다.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불리는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최근 국내에서도 새 장편 '무의미의 축제'를 펴낸 밀란 쿤데라, 이탈리아의 움베르토 에코 등이다. 적절성 논란은 있지만 포크가수이자 시인인 밥 딜런도 여전히 후보군에 맴돌고 있다.
노벨문학상은 18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스웨덴 아카데미가 선정한다. 이 가운데 4~5명의 회원(3년 임기)으로 이뤄진 선정위원회가 매년 9월 전 세계 600~700여 개인 및 단체에 후보 추천서를 보낸다. 이듬해 1월 31일 마감되는 추천서는 매년 평균 350여개가 도착한다. 여기서 추천되는 후보는 200여명. 선정위는 2월 한 달간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추린 후보 명단을 아카데미에 제출해 승인을 받는다. 4월 선정위는 심사를 통해 15~20명의 예비 후보를 선정하고 5월 최종 후보를 5명으로 압축한다. 6~8월에는 최종 후보들의 작품을 읽고 평가한다. 아카데미는 이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9월 중순 첫 회의를 시작으로 수상자를 놓고 논의에 들어간다. 이후 투표(과반 이상 득표 시)를 통해 10월 초·중순 수상자를 결정해 발표한다.
반기문 총장 등 노벨평화상 후보 발표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콩고 의사 데니스 무퀘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 등이 이름을 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77)은 지난해 3월 즉위한 이후 빈곤 퇴치와 경제 불평등 해소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홈페이지에서 "(교황이) 가난한 사람들의 운명과 성장 및 부의 재분배 문제에 새롭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무퀘게(56)는 1999년부터 콩고 동부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내전 중 성폭행을 당한 수많은 피해 여성들을 치료했다. 무퀘게는 2008년 올해의 아프리카인으로 선정되고 지난해 미국 트레인 재단으로부터 '용기있는 시민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에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온라인 베팅업체 윌리엄힐과 패디파워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무퀘게를 각각 1순위, 2순위 수상 후보로 점쳤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3일 보도했다.
이밖에 파키스탄에서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다 탈레반의 총에 머리를 저격당해 목숨을 잃을 뻔했던 10대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도 지난해에 이어 유력 후보에 올랐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는 개인 231명과 단체 47곳이다.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10일 오후 6시(한국시간) 수상자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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