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4.11.03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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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길에서 옛 벗을 만나다
촌뜨기가 우연히 장안을 들어오면서 썩은 새끼줄로 낡은 안장을 칭칭 동여맸지. 고관을 겁내 아이 종은 허겁지겁 피하고 큰길에 들어서자 말은 한사코 뒷걸음치네.
꾀죄죄한 옷차림에 먼지를 다 뒤집어썼고 풀만 먹어 앙상해진 데다 낯짝까지 두꺼워졌겠지.
반기던 벗들조차 알아보지 못하고서 똑바로 마주쳐도 교생이라 잘못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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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戲贈周卿丈
田夫偶爾入長安(전부우이입장안) 朽索累累縛破鞍(후삭누루박파안)
僮畏達官忙引避(동외달관망인피) 馬臨周道苦盤桓(마림주도고반환)
荷衣冷落皆蒙垢(하의냉락개몽구) 菜色憔枯更厚顔(채색초고갱후안)
靑眼故人多不識(청안고인다불식) 相逢枉作校生看(상봉왕작교생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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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숙종조의 문신 조지겸(趙持謙·1639~1685)이 친구 최후상(崔後尙)에게 지어 주었다.
- 벼슬에서 쫓겨나 시골에 틀어박혀 있다가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 했다. 우연히 만난 옛 친구에게 반갑게 인사하려는 순간 친구는
- 자기를 알아보지 못했다. 서운함에 머뭇거리는 그에게 친구는 한참
- 만에야 "행색이 너무 초라해 못 알아봤다"고 하면서 술을 대접했다.
- 술을 마시고 나서 장난삼아 시를 써 주고 흔쾌하게 웃고 헤어졌다.
- 그러나 개운치 않은 기분이 완전히 가시기는 어려운가 보다.
- 인간사의 씁쓸한 맛을 본 느낌이 호쾌한 웃음기에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