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0.29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도루묵의 산란철이 가까워 온다. 굵직한 알이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이 생각난다.
도루묵이란 생선은 원래 이름이 목어(木魚)였다. 선조가 임진왜란 때 피란길에 처음 먹고
그 맛이 별미여서 이름을 은어(銀魚)로 고쳐 격상시켜 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선조가 대궐로 돌아와 그 맛이 생각나 다시 들이게 했다. 한데 영 입에 맞지 않았다.
선조가 대궐로 돌아와 그 맛이 생각나 다시 들이게 했다. 한데 영 입에 맞지 않았다.
이걸 맛이라고 내가 그때 감동을 했었나 싶어 "생선 이름을 도로 목어라고 해라" 했대서
'도로목'이 되고 나중에 음이 변해 '도루묵'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은어를 도로 목어라 한 은환위목(銀還爲木)의 사연이다.
허균(許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도 이 생선 얘기가 나온다.
허균(許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도 이 생선 얘기가 나온다.
내용은 이렇다. "은어(銀魚)는 동해에서 난다. 처음 이름은 목어(木魚)였다.
고려 때 좋아하는 임금이 있어 은어로 고쳤다가 많이 먹어 싫증 나자 다시 목어라고 고쳤다
하여 환목어(還木魚·도로목)라 한다." 선조 때 인물인 허균이 적은 글이니 그동안 개명의 주인공을 선조로 안 것은 잘못이다.
세상 말의 와전이 늘 이렇다.
한편 국어학자 조항범 교수는 도루묵이 원래는 '돌목'이란 순우리말 이름이 변한 것으로 본다.
함경도 방언에서 이 생선을 '돌묵어'라 한단다. '돌'이란 말은 돌돔, 돌붕어, 돌가자미처럼 이 접두어가 붙지 않은 것보다
흔하고 질이 떨어지며 모양새가 좋지 않은 저급 생선들이고 이는 돌배나 돌미나리 같은 이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기야 돌고래도 고래치고 덩치가 민망하리만치 작다. 그러자면 묵어라는 고급 생선이 따로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는 않다.
'말짱 도루묵'이란 말은 애써 벌여 놓은 일이 원점으로 돌아가 헛일이 되고 말았다는 관용적 표현이다.
'말짱 도루묵'이란 말은 애써 벌여 놓은 일이 원점으로 돌아가 헛일이 되고 말았다는 관용적 표현이다.
목어가 은어로 승격되어 좋다 싶었는데 도로 목어가 되었으니 좋다 말았다는 뜻이다.
한편 그물이 묵직해 잔뜩 기대했으나 쓸 생선은 없고 하찮은 돌목만 걸려 올라왔다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다.
둘 다 통한다.
사람도 상황에 따라 은어 대접도 받고 목어 취급도 받는다. 사람의 입맛이 간사한 탓이다.
사람도 상황에 따라 은어 대접도 받고 목어 취급도 받는다. 사람의 입맛이 간사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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