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2014.11.18 박국희 이스라엘 특파원)
"쇼아(홀로코스트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독일인에게 가장 큰 수치다."
이스라엘 건국 60주년을 맞은 2008년,
독일 총리로는 처음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스라엘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Holocaust)' 대신
히브리어 '쇼아(Shoah)'를 사용하며 머리 숙여 사죄했다.
메르켈 총리는 올 초 16명의 장관을 대동하고 다시 예루살렘을 찾았다.
2008년부터 독일·이스라엘 양국은 베를린과 예루살렘을 오가며 공동 내각회의를 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 자리에서 2차 대전 당시 '게토(유대인 격리구역)'에서 강제 노역했던 유대인들에게
연금 지급을 약속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답례로 메르켈 총리에게 이스라엘 최고시민상을 수여했다.
독일과 이스라엘은 내년에 수교 50주년을 맞는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일본 역시 내년이면 다시 국교를 맺은 지 꼭 50년이 된다.
각각 600만 유대인 대학살과 식민 지배라는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있지만,
수교 50주년을 바라보는 독일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한·일 양국과는 크게 다르다.
전후(戰後) 과거사 청산을 국가 존립의 제1목표로 봤던 가해국 독일 정부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
1952년 룩셈부르크 협정 이래 독일이 이스라엘에 지급한 배상금만 약 25조~30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19만여명을 비롯해 전 세계 나치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연금과 각종 보조금까지
합하면 10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수교를 맺기 전인 1958년부터 ARSP(평화를 위한 행동·화해·봉사) 같은 독일 시민단체는 매년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를
이스라엘로 보내고 있다. 독일은 미국과 중국에 이은 이스라엘의 3대 교역국이기도 하다.
물론 양국 관계에 잡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여전히 독일과 독일인을 배척하고 있고, 독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의 강압적인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하는 반(反)유대주의 목소리도 높다.
2012년 독일의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이스라엘은 공격적인 국가다.
독일이 이스라엘에 특별한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내년 수교 50주년을 맞아 독일과 이스라엘에서는
다음 세대에 역사적 유산을 계승하고 양쪽 국민의 교감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획들이 추진되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동으로 역사 교과서 집필을 준비하고 있고,
양국의 보다 많은 텍스트가 번역돼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독일어·히브리어 번역상(賞)도 제정될 예정이다.
양쪽 학생들이 만든 수교 50주년 공식 마크도 공개됐는데, 독일·이스라엘 국기가 뫼비우스의 띠를 형상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양국 관계가 무한대로 번영하길 바란다는 의미다.
독일과 이스라엘을 보면서 수교 50주년을 맞았지만 정상회담 가능성부터 따져봐야 하는 한·일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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