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2.01 박은주 선임기자)
'스쿨런치'의 오늘 메뉴는 '칠면조 볼(bowl)'이다.
70% 이상이 쌀이고 칠면조와 당근, 누렇게 뜬 브로콜리가 드문드문 섞여 있다.
부실한 닭고기 볶음밥을 이틀 묵혔다 먹으면 이 맛이겠다. 여기에 사이드 메뉴는 또 다른 탄수화물인
감자튀김. '고기의 나라' 미국 급식이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LA 근교에서 최고 학군 중 하나라는 한 소도시 공립 학교의 급식을 구해 먹어봤다.
LA 근교에서 최고 학군 중 하나라는 한 소도시 공립 학교의 급식을 구해 먹어봤다.
한 끼 평균 2.46달러이고, 일정 소득 이하라면 공짜다. 한 시민단체는 급식비 중 식재료비가 1달러가
채 안 된다고 발표했다. 미국 급식에서 단백질, 지방이 빠지고 탄수화물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다.
'저칼로리'를 강조한 이른바 '미셸 오바마 급식'은 비만 대신 허기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 같으면 '내 자식 이렇게는 못 먹인다'고 난리 났을 일이다.
이런 상황이면 미국 엄마들은 유모차 끌고 나와 시위하는 대신 도시락을 싸나 보다.
이런 상황이면 미국 엄마들은 유모차 끌고 나와 시위하는 대신 도시락을 싸나 보다.
학교 급식 대신 도시락을 싸오는 아이들이 절반이 넘는다. 이 학교 행정실 입구에는 작은 선반이 놓여 있다.
7시 등교에 맞춰 미처 도시락을 싸주지 못한 부모들이 점심시간 전에 가져다 놓은 것들이다.
미 농무부 산하의 영양·식이 아카데미의 조사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의 경우, 점심을 싸오는 학생 비율은 40%,
간식을 싸오는 비율이 45%다.
'무상 비율 60%'라는 미국 급식 신화에는 매일 '도시락 전쟁'을 하는 집 숫자는 빠져 있다.
'욕망'에도 등급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도시락 싸는 고통에서 해방되니 살 것 같다"는 게 주부들 심정이었다.
'욕망'에도 등급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도시락 싸는 고통에서 해방되니 살 것 같다"는 게 주부들 심정이었다.
우리 급식 질은 어디 내놔도 빠지는 수준이 아니란 걸, 학교에서 급식 봉사해 본 엄마들이라면 안다.
자존심 상하지 않게, 필요한 아이가 무상 급식을 받는 길만 찾으면 됐다.
그런데 모두에게 공짜로 안겨 버렸다. '내 자식 밥값은 내가!'라는 생각이 '내 자식 밥값을 왜 내가?'로 바뀌었다.
한번 공짜는 영원히 공짜다.
미국에 머물며 기자는 UCLA와 커뮤니티 칼리지 두 곳에 다닌다. 사람, 건물 모든 게 차이가 크다.
미국에 머물며 기자는 UCLA와 커뮤니티 칼리지 두 곳에 다닌다. 사람, 건물 모든 게 차이가 크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인도 출신 싱글맘 크리스티나를 만났다.
마트 계산원으로 두 아이를 키우는 그녀는 정규직이 꿈이다.
이 대학의 무료 '평생대학'에서 '직장 커뮤니케이션' '병원 회계' 과목을 모조리 듣고 대학 정규 과정에 들어왔다.
새 직장 면접을 앞두고 교수가 면접 기본부터 직장 평판까지 다 알아봐줬다.
그녀가 수업에 빠진 날, 교수는 "크리스티나가 이번에 신규 오픈하는 할인점에 회계직으로 취직했다"고 했다.
그녀가 수업에 빠진 날, 교수는 "크리스티나가 이번에 신규 오픈하는 할인점에 회계직으로 취직했다"고 했다.
다행이라, 부러워서 환호성이 나온다. 이런 '성인 교육'(Adult Education) 예산은 6억달러로 '부스러기 예산' 정도다.
그러나 이게 몇몇 인생을 바꾸고, '그래도 희망의 나라'란 증거가 된다. 나랏돈은 이렇게 써야 맛이다.
한국에서 성인이 공짜 교육을 받으며 '계급 상승'을 꿈꾼다?
한국에서 성인이 공짜 교육을 받으며 '계급 상승'을 꿈꾼다?
에잇, 무슨 그런 농담을. 대통령의 과거 공약이었던 '고교 무상교육' 역시 푼돈 부담을 덜어줄 뿐, 인생을 바꿔주지는 못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을 걸신(乞神) 취급하는 정치의 장난, 우민(愚民)의 정치를 보는 일이 갈수록 힘겨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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