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感動·共感

'첫 월급 타면 자장면' 10년 만에 지킨 약속

바람아님 2014. 12. 16. 10:11
불우한 가정 '문제아'
보듬어준 경찰 찾아가

"군입대 월급 모았어요"
자장면 대신 '귤 한 박스'


지난 5일 서울 도봉구 도봉1파출소에서 일하던 박종규 경위(56·사진 오른쪽) 휴대전화로 뜻밖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10년 전 초등학생 아들이 도둑질과 가출을 일삼는다며 상담을 요청해 알게 된 '진우(가명·왼쪽)엄마'였다. 박 경위는 7년 전 마지막으로 본 진우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가슴이 철렁해 무슨 일인지 물었다. 예상 외 답변이 돌아왔다. '문제아' 진우가 10년 전 약속을 지키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경위는 서울 노원구 하계파출소에서 근무하던 2004년 3월 진우를 알게 됐다. 진우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시각장애인 1급으로 안마사로 일하는 진우 어머니는 무작정 파출소로 전화를 걸어 "아들을 구해달라. 학교도 가지 않고 툭 하면 물건을 훔쳐 파출소를 드나든다. 차라리 더 이상 나쁜 짓 못하게 철창에라도 넣어달라"며 울먹였다. 전화를 받은 박 경위(당시는 경사)는 진우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휴무일에 사복 차림으로 집을 찾아갔다. 학교도 가지 않고 동네 놀이터 후미진 구석에서 놀던 진우가 박 경위에게 던진 첫 마디는 "아저씨가 뭔데"였다. 그는 경찰관 신분을 밝히고 진우를 집에 데려온 뒤 그림을 그리게 했다.



진우는 창문도 없이 꽉 닫힌 집,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홀로 선 나무, 벗겨진 산 등을 그렸다. 그는 진우에게 매일 하루에 뭘 했는지 적어서 가져오게 했다. '학교에 갔다. 수업이 끝났다. 놀았다. 잤다'가 전부인 적도 있다. 박 경위는 혼내는 대신 글 쓰는 법을 가르쳐줬다. 일기는 점차 구체적이 됐다. 자신이 먼저 나쁜 짓을 한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기엔 어린 진우의 고된 삶이 드러났다. 불량한 동네 형들은 진우에게 슈퍼마켓에서 과자 등을 훔치도록 시켰다. 도둑질을 해갔을 때 형들의 "잘했다"는 칭찬이 그저 좋았다. 진우는 어머니가 장애인이라고 놀림만 받아왔다.

박 경위는 "도둑질을 하지 마" 대신 "앞으로 뭐가 되고 싶니"라고 끊임없이 물었다. 박 경위는 "'나중에 첫 월급을 타면 자장면을 사달라. 조금 더 돈을 잘 버는 직업을 갖게 되면 탕수육을 사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때부터 진로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박 경위는 어린이날 진우를 인근 아웃렛 매장으로 데려가 봄옷과 점퍼, 책 등을 사주고 식사를 함께했다. "아저씨가 왜 사주세요?" "어린이날에는 네가 주인공이니까." 진우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씩 웃었다. 7개월 뒤 진우는 도벽을 완전히 끊었다. 진우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박 경위와 연락을 주고받다 경기지역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끊어졌다.

지난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대한 진우는 첫 휴가를 맞아 사병 월급을 모아서 10년 만에 약속을 지키러 나타났다. 박 경위가 근무 중이라 자장면 대신 귤 한 박스를 들고 파출소를 찾았다. 청소년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진우는 독기가 쏙 빠진 다른 얼굴이 돼 있었다. 박 경위는 15일 "경찰생활을 하며 이만큼 보람있던 적은 없다"며 "진우가 앞으로 꼭 청소년상담사가 돼 어린시절 자신과 같은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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