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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복 기자의 [우리말 산책]-'망년회' 말고 '송년회' 합시다

바람아님 2014. 12. 24. 10:41

[출처 ; 중앙일보]

 

'망년회'는 한 해를 잊는 모임이란 뜻의 일본식 표현
 한 해를 보낸다는 의미의 우리식 '송년회'로 불러야
 
2014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여기저기 연말 모임에 참석할 때다. 부지런히 모임에 나가고 있지만 달력에는 아직도 몇 개가 더 표시돼 있다. 이래저래 가라앉은 분위기로 그리 즐거운 마음은 아니지만 직장 동료나 친구·동창끼리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나누는 일을 피해가긴 어렵다.

연말 모임을 '망년회'라 많이 부른다. '망년회(忘年會)'의 '망년'은 망년지교(忘年之交) 또는 망년지우(忘年之友)에서 온 말이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사귀는 벗을 망년지교(망년지우)라 한다.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서로 친구로 사귄다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때 이연수(李延壽)가 지은 역사책 '남사(南史)'의 '하손편'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섣달 그믐께 친지끼리 모여 흥청대는 세시민속이 있었는데 '망년지교'에서 글자를 따 '망년(忘年)' 또는 '연망(年忘)'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것이 망년회의 뿌리가 됐다. 하지만 '망년지교'의 '망년'과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망년회'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한 해(年)를 잊는(忘) 모임(會)'이란 뜻이다. 먹고 마시면서 한 해를 잊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본의 '망년회'와 달리 우리는 연말 모임을 '송년회(送年會)'라 불러 왔다. '송년'은 한 해를 보낸다는 의미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과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송년회'는 차분히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는 자리라는 의미다. 먹고 마시며 한 해를 잊어버린다는 뜻의 '망년회'와 확연히 다르다.
 
'망년회'는 일본식 표현이므로 우리식으로 '송년회'라 부르는 것이 좋다. '망년 모임' '망년 술자리' '망년 등반' '망년 여행' 등도 '송년 모임' '송년 술자리' '송년 등반' '송년 여행'으로 바꿔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망년회'는 '망'자가 '망할 망(亡)'자 같아서 어감도 영 좋지 않다.
 
배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