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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의 News English] 교황의 매몰찬 성탄 메시지

바람아님 2014. 12. 25. 11:32

(출처-조선일보 2014.12.25 윤희영 디지털뉴스부 차장)


프란치스코 교황, 별로라고 생각했다. 실없이 웃기나 하고(nonsensically smile).

그런데 이분이 엊그제 추기경·주교·사제들 면전에서(in the presence of cardinals, bishops and priests
독설 퍼붓는(make biting remarks) 걸 보고는 머리가 숙여졌다. 
성직자들조차 일부는 썩어 있다며 교황청을 15가지 질병을 앓는 인간의 몸뚱이에 비유했는데, 
그 내용이 일반인들도 되새겨봐야 할(ruminate over it) 절절한 것들이었다.

"자기는 영원불멸이고, 무엇에든 면제되고, 없어서는 안 될(be immortal, immune and indispensable) 존재라고 생각한다. 
인간적 감성을 잃어버려(lose the human sensibility) 우는 사람 곁에서 함께 울어줄 줄도 모른다. 
영적인 치매에 걸리고(have spiritual Alzheimer's) 지금 당장에 얽매여(depend on their here and now
주위에 벽을 쌓고(build walls around themselves) 우상의 노예가 된다(become enslaved to the idols).

[윤희영의 News English] 교황의 매몰찬 성탄 메시지
실존을 위한 정신분열증을 앓는다(suffer from existential schizophrenia).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을 차지하려는 욕정으로 가득해(be lustful for power at all costs) 위선적인 이중생활을 한다
(lead hypocritical double-lives). 
뒷담화 테러를 저지르기도(commit a terrorism of gossip) 한다. 
대놓고 말할 용기(the courage to speak directly)는 없으면서 남들 등 뒤에서 지껄여대는(talk behind people's backs
비겁한 사람들의 병(the sickness of cowardly people)을 달고 산다.

윗사람을 짐짓 찬미하는(deliberately glorify their bosses) 시늉을 한다. 
상사의 환심을 사려고(in order to court their superiors), 그래서 시은(施恩)을 받아보겠노라(get their benevolence
출세 제일주의와 기회주의의 희생물(victim of careerism and opportunism)이 된다.

남들에게 무관심하다(be indifferent to others). 
시기심과 교활함으로(out of jealousy and cunning) 남이 몰락하는 모습 보는 것에서 기쁨을 찾는다
(find joy in seeing another fall).
 '장례식장 얼굴'을 하고는(have a 'funeral face') 아랫사람들에게 엄하고 거칠고 오만하게
(be rigid, tough and arrogant toward underlings) 군다. 
폐쇄적 집단을 만들고(form closed circles) 그걸 등에 업고 남들을 억압하려 한다. 
그 서클의 노예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결국엔 그것이 본인에게도 암이 된다.

세속적 이익을 좇고(seek worldly profit), 그걸 과시하려(show it off) 한다. 
남들을 짓밟고 자신의 권력을 곱절로 만들려고 끝도 없이 애를 쓴다(insatiably try to multiply their powers). 
그러려니 남에 대한 중상과 비방을 일삼아(habitually do calumny and defamation against others) 이 세상을 망가뜨린다."

교황의 적나라한 이 성탄 메시지, 모두의 폐부를 찌른다(cut all of us to the quick).


================== [만물상] '돌직구' 교황 ================

(출처-조선일보 2014.12.25 김태익 논설위원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작년 3월 취임 직후 교황청 주재 외국 대사들을 접견하는 자리였다. 
일흔 살 넘은 칠레 대사 부부가 교황 앞에 섰다. 교황이 인사를 나누며 조용히 물었다.
"두 분은 부부싸움 하면 누가 먼저 화해를 청합니까." 왁자하게 웃음이 터졌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던 한홍순 한국 대사는 "같은 남미 출신이라 잘 아는 사이여서 농담을 주고받나 했는데 알고 보니 
초면이더라"고 했다. 교황은 격의 없는 농담 속에 '화해'라는 말을 담고 싶었는지 모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은 늘 간단명료하다. 그러면서 따뜻하고 유머가 있다. 
그러나 가톨릭 내부 문제를 향할 땐 부드러움 속에 뼈가 있다. 
교황이 언젠가 사제와 수녀들 앞에서 말했다. 
"고약한 노총각과 노처녀가 되면 곤란합니다." 
당신들은 봉사하려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일 뿐, 잘난 존재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경고였다. 

[만물상] '돌직구' 교황
▶"야고보와 요한, 그리고 예수의 첫 제자들 사이에 누가 첫째가 돼야 하는지 암투가 벌어졌습니다. 
이것은 초대 교회에서부터 자리와 관련된 갈등과 논란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교황은 바티칸이라는 가톨릭 행정 조직이 필연적으로 세속화, 권력화할 위험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13세기 이탈리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을 가리켜 
"그분은 당신 안에서 악을 발견하셨고 그것을 뿌리 뽑았다"고 했다. 
교황이 '프란치스코'라는 즉위명을 택한 것은 가톨릭을 개혁해 복음의 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의 표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톨릭 내부를 향해 또 한 번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교황청에 근무하는 추기경들을 모아놓고 
"사제들이 하느님과 만난다는 것을 잊은 채 욕망에 사로잡혀 주변에 담을 쌓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영적(靈的) 치매를 보게 된다"고 했다. 
그는 교황청을 사람 몸에 비유해 출세 지상주의, 이중생활·위선으로 인한 정신분열증 같은 열다섯 가지 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어떤 이는 평소 가톨릭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쓴소리를 '돌직구'라고까지 표현한다. 
교황은 지난여름 한국 주교단을 만나서도 
"교회가 잘나갈 때 가난한 사람들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것이 바로 교회의 영적 웰빙"이라고 했다. 
세계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고개 끄덕이는 것은 그가 늘 자신까지 비판과 반성의 대상에 넣고, 
끊임없이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 나가려는 도덕적 힘 때문이다. 
들뜨기 쉬운 크리스마스다. 참다운 신앙, 종교인의 자세가 무엇인가 생각할 기회를 교황이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