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1.26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소회를 쓰다 30년 세월 공문서 만지며 노쇠한 나이에 떠나는 동료를 연민한 날씨 추워진 대지를 | 寫懷 卅載簿書官作家(삽재부서관작가) 太倉紅粒困人多(태창홍립곤인다) 衰年自作歸根葉(쇠년자작귀근엽) 少日曾悲墮溷花(소일증비타혼화)
耽聽隣友樂貧歌(탐청인우낙빈가)
尺蠖深藏伏土窠(척확심장복토과) |
조선 후기 여항시인(閭巷詩人) 쌍백당(雙柏堂) 임광택(林光澤·1714~1799)이 하급 관료 생활을 마칠 무렵에 썼다.
무려 30년 세월 동안 태창(太倉·관원들의 녹봉을 맡아보던 관청)의 묵은 쌀을 급료로 받으며 견뎠다.
한창 젊은 시절 남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하필 똥 구덕에 구르는 꽃잎 처지가 되었는지 안타까워한 적도 있었다.
이 자리를 퇴직해 떠나던 선배들을 보내며 나는 그들과 다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도 떠나서 이제는 그들처럼 가난을 감내할 시간이 다가왔다.
날이 추워져 대지가 얼어붙자 자벌레는 흙구덩이로 숨어든다.
'주역(周易)'에서는 말했다.
"자벌레가 몸을 구부리는 것은 장차 몸을 펴기 위해서다."
<각주>
*.여항문학(閭巷文學)=위항문학(委巷文學)
조선 선조 이후에, 중인ㆍ서얼ㆍ서리ㆍ평민과 같은 여항인 출신 문인들이 이룬 문학.
≪소대풍요≫, ≪풍요속선≫, ≪풍요삼선≫의 시문집이 여기에 속한다.
**.여항(閭巷)] (여염[閭閻], 위항[委巷]과 같은 말)백성의 살림집이 많이 모여 있는 곳.
***.<구덕 -‘구덩이’의 방언(경남, 전남), 바구니의 제주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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