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2015-2-18일자]
TV 장학퀴즈 프로에서 진행자가 “구황작물로 조선 말에 일본에서 들여와 감자와 함께 즐겨 먹는 것은?”이라고 물었다. 경상 지방에서 온 고교팀이 먼저 벨을 눌렀다. “고메.” “아닙니다.”, “물고메.” “틀렸습니다.” 정답은 고구마였다. 진행자가 사투리라고 언질을 줄 것이지…. 그 팀은 억울할 법도 했겠다 싶지만 고향에서만 자란 어린 학생들이니 이해 못할 장면은 아니다.
사투리는 반질반질한 서울말과 달리 조금은 투박한 것이 매력이다. 구수한 억양을 접하면 그 또한 즐거움이 아닌가. 몇 마디를 따라 하다 보면 머리도 한결 맑아진다. 그런데 각 지방의 사투리에 공통된 단어가 많은 데 놀란다. 대표적인 호남 사투리인 ‘거시기’는 호남 사람 것만은 아니다. 영남 지방에서도 ‘거석’으로 쓰는 곳이 더러 있다. “참 거시기하네.” “참 거석하네.” 풀고 압축해 쓰는 차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남에선 “참 저기한 사람”이란 말을 한다. ‘저기’는 ‘거시기’처럼 생각이 잘 안 나는 것을 가리키는 지칭대명사다.
고향 가는 설 연휴다. 귀향길에 고향말 한번씩 해 보자. “퍼뜩 오이소.”, “싸게싸게 오랑께.”, “빨와유”, “혼저 옵서.” 고향이 마을 어귀까지 마중 나온 듯하지 않은가.
정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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