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단골손님/서동철 논설위원 서울신문 2016-1-9 한 달 반 정도에 한 번씩 머리를 깎는다. 회사 뒤 건물 지하 작은 미용실에 간다. 다닌 지 10년이 가깝지만 여자 손님을 본 것은 한 번뿐이다. 그 여자 손님도 주인의 친구라고 했으니 사실상 남자 전용 미용실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갈 때마다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사무.. 時事論壇/橫設竪設 2016.01.10
[길섶에서] 나잇살/박홍환 논설위원 서울신문 2-16-1-7 새해 첫날 아침 켜켜이 얹힌 묵은 때를 벗기고 심기일전이라도 할 요량으로 동네 대중탕에 갔다. 색색 고명의 감칠맛에 동해 떡국을 한 수저 더 먹었기 때문일까. 거울 저편에 떡하니 나타난 뱃살이 한층 묵직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볼에 붙은 살도 지난해보다 더 도드라.. 時事論壇/橫設竪設 2016.01.08
[길섶에서] ,가족의 정(情)/손성진 논설실장 서울신문 2015-12-19 [서울신문]50 중반을 넘어서는 친구들이 겨울나기를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옛 사람들은 문종이 한 장만으로 살을 에는 삭풍을 어떻게 견뎌 냈을까. 한겨울에는 아궁이에 군불을 때도 방은 바깥과 다름없는 냉골이었다. 그릇에 담긴 물이 얼고 입에선 김이 뿜어져 .. 時事論壇/橫設竪設 2015.12.21
[길섶에서] 갈대와 저어새/이경형 주필 서울신문 2015-11-11 한강 하구를 따라 펼쳐진 갈대밭에 가을비가 내린다. 이틀 동안 비를 맞은 갈대는 수수처럼 붉다. 바싹 마른 갈대는 습기를 품으면서 빛깔의 명도가 높아졌다. 검붉은 색인데도 투명해 보인다. 가뭄 끝에 내린 가을비의 푸근함처럼 각박한 세상의 사람들도 서로 보듬어 .. 時事論壇/橫設竪設 2015.11.13
[길섶에서] 지하철 통화/김성수 논설위원 서울신문 2015-10-31 “그러게 말이야. 걔 정말 미친 거 아니니? 하! 하! 하!” 벌써 20분이 훌쩍 넘었다. 30대 초반인 듯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끝없이 수다를 떤다. 지하철 2호선 출근길에서다. 조용한 지하철 안에서 혼자만 떠든다. 목소리도 쩌렁쩌렁하다. 금세 끊을 것 같지도 않다. 참다못.. 時事論壇/橫設竪設 2015.11.02
[길섶에서] 해우재(解憂齋)/박홍환 논설위원 서울신문 2015-10-24 어른들은 측간(厠間), 즉 ‘뒷간’에는 처녀 귀신이 있다고 겁을 줬다. 시커먼 낭떠러지 같은 측간 밑을 볼 엄두를 못 냈다. 눈을 질끈 감고, 코를 감싼 채 후다닥 볼일만 보고 나오기 바빴다. 사람의 평균 생존 기간을 80년으로 봤을 때 배설을 위해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 時事論壇/橫設竪設 2015.10.25
[길섶에서] 우울한 음악/손성진 논설실장 서울신문 2015-9-26 누구라도 가끔 우울한 때가 있다. ‘이우치우’(以憂治憂)라고 할까. 우울할 때는 우울한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울할 때 기분 전환을 위해 듣는 곡이 이바노비치의 ‘도나우강의 잔물결’이다. 원래는 군악대에서 연주한 경쾌한 왈츠곡인데도 슬프게 들리는.. 時事論壇/橫設竪設 2015.09.27
[길섶에서] 건망증/서동철 수석논설위원 서울신문 2015-09-11 돌아가신 어머니는 깜빡깜빡 잊으시곤 하는 일이 종종 있어 자식들로부터 불평을 사기도 했는데 이제 내가 그런 지경에 접어들었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건망증이 화제로 떠오르기에 끼어들었더니 선배가 “네 나이에 벌써 그러는 건 건망증이 아니라 건방진 것”이라.. 時事論壇/橫設竪設 201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