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노동시장 혼란 잠재우려면

바람아님 2015. 11. 18. 09:41

(출처-조선일보 2015.11.18 최규민 기자)

[글로벌 이코노미] 해외석학 기고 /  마우로 기옌 와튼스쿨 교수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이 혼란스럽다. 
많은 나라가 실업, 특히 높은 청년 실업으로 고민 중이다. 
반면 기업들은 좋은 근로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구직자들이 갖춘 재능 사이에 근본적인 미스매치(불일치)가 있다는 징후다. 
지구 상에 이토록 많은 고학력자가 존재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문제는 교육 시스템에서 출발한다. 
과거에는 교육 시스템이 새로운 세대를 교육시키고 훈련시키는 데 효과적이었을 뿐 아니라, 
이 중 일부에게 전도유망한 미래를 약속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세계가 유례없는 대격변을 겪는 동안 학교와 대학은 30년 넘게 변한 게 없었다.

대부분 나라에서 16~30세 인구는 매우 상이한 두 부류로 나뉜다. 
일부는 고학력을 지녔지만 자신에게 합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자 대열에 합류한다. 
또 다른 부류는 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하거나 학교에서 중도 탈락하고 만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치인들과 기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개념, 계획을 실험하는 데 너무 소극적이어서 
젊은 세대가 통째로 잃어버린 세대가 될 위기에 처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제조 기지의 분산, 디지털 산업의 발전 같은 급속한 기술 변화가 
50~65세 인구를 일터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 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엄청난 과제다. 
신기술에 의해 쫓겨난 이 많은 사람을 재교육시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 모두 해결책을 내놓을 책임이 있는데, 그러려면 기술에 맞게 일자리를 재편하거나 교육 훈련에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대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천만명의 은퇴자를 어떻게 할 것이냐다. 
이들은 대부분 유용한 기술과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는 이 숙련된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할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 연금 고갈의 압박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민은 세심하게 다뤄야 할 현상이다. 
이민 규제 완화는 노동시장에 도움이 되지만, 바로 이것이 외국인 공포증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세계가 경험하고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는 페미니스트 혁명이 노동시장에 드디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직장 내 성차별이 문제가 돼 왔지만, 이제는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여성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18세 이하 자녀를 둔 두 부모 가구 중 여성이 주 수입원 혹은 유일한 수입원인 가구가 40%에 이른다. 
이런 추세를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다양하고 풍부한 인력풀이야말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교육 시스템의 문제,  청장년층의 일자리 기회,  이민의 장·단점의 조화,  여성 인력의 활용 같은 문제에서 
정부와 기업이 파격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노동시장의 대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 주제들이다. 
노동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확고한 리더십과 열린 마음이 더욱더 긴요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우로 기옌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이며 로더 연구소장이다. 

기업 혁신과 국제화 등이 주요 연구 분야다. 

최근 저서로는 ‘글로벌 터닝포인트(2012)’ ‘이머징 시장이 지배한다(201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