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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무엇을 내어주겠는가

바람아님 2016. 6. 28. 23:46
국민일보 2016.06.28. 17:52

숲에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서로 부대끼며 소소하게 술렁이는 소리를 낸다. 바람이 모질어질수록 우는 소리를 내며 어쩔 줄 모르고 흔들리다가 연한 가지는 금방 꺾여 땅바닥에 나뒹굴고 만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한 달간 해외 봉사활동을 간다고 준비에 바쁜 대학생 조카를 보며 아직은 연한 가지와 같은 대학생·청년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들은 사회적 돌봄 없이 쑥쑥 성장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닌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어려움이 청년세대에 집중적으로 타격을 줬다. 거의 재난 수준이라는 청년실업 문제는 곧 대학생의 취업 문제와 다름없다. 대학 서열화는 취업을 위해 대학 새내기들을 반수생으로 입시에 재도전하게 만들었다. 취업이 안돼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2년제에 들어가는 일까지 발생한다고 하니 시간과 돈을 버리고 또 버리는 것이다.


무조건 대학을 가야 한다는 풍조는 고학력 문제를 만들었고, 청년들은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9급 공무원이 답이라며 다시 어렵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인재는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 안에 있는 다양성을 잠재우고 9급 공무원을 향한 획일화된 꿈을 꾸게 하는 것일까. 꿈·자아실현·열정·역동성과 같은 건강한 청년의 단어는 시들어졌고 기성세대의 신음소리는 저들의 눈에 배부른 푸념으로만 들릴 수도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지만 사회 언저리를 떠돌며 희망 없이 아픈 것이 문제다. 대학생·청년 문제를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문제로 풀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집단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그들을 굵은 가지인 기성세대가 굳건히 붙들어주어야 연한 가지인 그들이 살아갈 수 있다.

프로이드는 “사랑하고 일하라. 일하고 사랑하라. 그것이 삶의 전부다”라고까지 말했다. 일도 사랑도 결혼도 할 수 없는 ‘노답 인생’이 되지 않도록 그들 세대를 축복하며 조병화 시인의 ‘의자’를 읊조려본다. 아침을 몰고 오는 세대를 위하여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무엇을 내어주어야 하겠는가.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