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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일본 작가·미국 로봇학자 "공감, 상대 이해부터"

바람아님 2017. 11. 13. 09:48


연합뉴스 2017.11.12. 17:33

 

기시미 이치로·데니스 홍, 청주 세계문화대회 강단 열강

 "상대방이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종종 궁금해하지만, 생각만으로는 상대방의 고민을 알 수가 없고 대체로 틀립니다. 자기 자신이 주관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강연을 시작한 일본의 유명 작가 기시미 이치로씨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을 '공감'이라고 하는데 내가 상대방 처지와 똑같이 되지 않는 한 상대방을 이해하기가 절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인 기시미씨는 12일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서 청주시·월드컬처오픈 화동문화재단 공동 주최로 열린 세계문화대회의 강단에 섰다.


이 행사의 주제는 '공감·평화'이다.

기시미씨는 존 그레이 박사의 저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줄거리를 소개하며 공감을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남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행복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기시미씨는 "서로 공감하기 위해서는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 게 아니라 바로 옆에 서서 상대방이 보는 세계를 상대방의 눈으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당시 "우리 누군가는 요리해야겠다"는 아버지의 제안에 기시미씨는 요리를 열심히 배운 후 나름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차렸는데 "앞으로 만들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에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기시미씨는 "나중에 생각해 보니 맛이 없다기보다 학생인 만큼 요리보다는 공부에 정성을 쏟으라는 얘기였다"며 "누군가와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면 그의 말에서 뭔가 좋은 의도를 찾아 다시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제가 쓴 책 '미움받을 용기'는 미움을 받게 행동하라는 게 아니라 오해를 사고 미움을 살까 두려워 말을 못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미씨에 이어 강단에 선 데니스 홍 교수는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하는 차량을 만들게 된 과정을 소개하며 '공감'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홍 교수는 시각장애인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한 유명 로봇과학자다. 그런 그가 이 자동차를 개발하기까지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눈가리개를 썼다가 불과 3분 만에 벗어던졌다는 그는 "미국 시각장애인 협회를 찾아가 6일간 함께 생활하면서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인 우리와 같은 삶을 살며 단지 앞을 못 본다는 차이만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이후 시각장애인은 직접 운전할 수 없다는 시각을 바꾸고 시각장애인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하게 됐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개발한 자동차를 시각장애인이 시운전했을 때 많이 울었고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로봇학자가 왜 무대에 섰을까 생각하겠지만 제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예멘 최초의 여성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인권운동가인 카디자 알 살라미씨와 세계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 디렉터인 데브라 시몬씨도 강단에 올라 공감과 평화를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세계 각국의 문화기획자·예술가·공익활동가 500여명이 참가한 세계문화대전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2일 막을 내렸다.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