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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클릭] 어벤져스 : 엔드게임 | 마블 1세대 히어로 총출동..끝이 아닌 시작

바람아님 2019. 4. 30. 08:31
매경이코노미 2019.04.29. 11:06
액션, SF/ 안소니 루소, 조 루소 감독/ 181분/ 12세 관람가/ 4월 24일 개봉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다. 2008년 영화 ‘아이언맨’으로 시작된 마블의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2019년 4월, 한 세대의 막을 내렸다. 햇수로 12년이고, 편수로 따지면 22편이다. 한국 관객 반응은 더욱 뜨겁다. 국내 마블팬은 아이언맨을 필두로 그들과 함께 성장해온 마블 우주관의 ‘구성원’에 가깝다. 10살에 ‘아이언맨’을 봤던 관객이라면 21살이 돼 ‘엔드게임’을 본다. 세월과 함께 확장된 우주관, 새로운 개념을 마블이 선보였고 또 성공한 셈이다.
        

엄밀히 말해 우리에게 소개된 마블의 첫 영화는 ‘판타스틱4’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흥행 성적은 부진했고 엑스맨을 비롯한 뮤턴트 서사의 확장으로 만족하는 듯싶었다. 마블이 본격적으로 세계 영화 시장 강자로 떠오른 것은 바로 ‘아이언맨’ 이후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했던 아이언맨은 일종의 팬덤을 형성했다. 그는 배트맨처럼 어둡지 않았고 슈퍼맨처럼 진지하지 않지만 섹시하고 매력적이고 또 부유했다. 이런 ‘탕아’스러운 매력과 인간미는 바로 어벤져스의 이미지로 연결되기도 했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제목처럼 이 세계의 문을 닫는 최종판이다. 따라서 우주의 존속, 개인의 행복, 가족의 평화 같은 무거운 이야기를 다룰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드게임’은 역시나 마블답게 깨알 같은 유머를 잊지 않는다. 팬들의 셀피 요청에 능글맞게 웃으며 응대하는 헐크서부터 촉새처럼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앤트맨까지. 세상이 사라지니 마니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과하지 않은 적절한 유머를 윤활유처럼 제공한다.


‘마블 어셈블리’라고 명명된 수많은 별을 이번 한 편에서 보는 것 역시 일종의 혜택으로 여겨진다. 마블 영화 전편에 출연했던 기라성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얼굴을 내밀어 마블 어셈블리의 일원임을 보여준다. 시간 여행을 통해 주요 등장인물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가 드러나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영웅이지만 인간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갈등과 고민의 양상이 입체화되기도 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큰 그림이 무엇이었는지, 바로 이 영화 한 편에 압축해 전개되는 것이다.


미리 말해두자면 ‘엔드게임’에는 이제 마블의 트레이드마크로 거듭난 쿠키 영상이 없다. 농담처럼, 약속처럼, 실마리처럼 엔딩 크레디트 마지막에 숨겨뒀던 그 쿠키 영상이. 관객들은 ‘이제 정말 마블 1세대가 끝났구나’라는 사실을 확인받는다. 전편인 ‘인피니티 워’에서 대개의 주요 인물이 사라졌지만 다음 편에는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쿠키에서 얻었다면, 이번에는 ‘진짜 끝’임을 확인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다.


마블 ‘어벤져스’에 대한 한국 팬의 관심과 열성은 단순한 영화 소비를 넘어섰다. 그것은 한 시대의 출현이었으며 결별이고 기존과 완전히 다른 영화 소비 방식의 등장이기도 했다. 이제 ‘어벤져스’는 끝나지만 그렇다고 마블의 세계관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눈치챘겠지만 유색 인종과 여성이라는 기존 소외계층이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여겨진다. 새 판을 짜고 새로운 마블 유니버스로 나갈 준비를 마친 셈이다. 끝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위한 리부팅이기도 한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6호 (2019.05.01~2019.05.0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