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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36] The vaccine is transparency

바람아님 2019. 9. 1. 19:11

(조선일보 2019.08.31 이미도 외화 번역가)


'나는 부패한 정치는 무섭지 않다. 내가 두려운 건 사람들이 부패를 알고도 가만히 있는 거다

(Corruption in politics doesn't scare me. What scares me is how comfortable people are doing nothing about it).'

무명씨의 이 글이 '우리 선생님을 고발합니다(The Teacher·사진)'의 메시지입니다.

이 작품은 어느 교육자의 부패한 권력을 향해 수술칼을 집어 드는 학부모들의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1983년 체코슬로바키아. 한 초등학교 담임이 첫 수업 때 이렇게 말합니다.

"호명하면 이름과 부모님 직업을 말하도록."

학기 말에 한 제자가 따집니다. "공평하지 않아요." 언어와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는 천연덕스레 묻습니다. "뭐가?"

아이가 목소리를 높입니다. "저 애한텐 답을 미리 알려줬잖아요." 교사는 날조라며 제자를 매타작합니다.


영화 '우리 선생님을 고발합니다'


긴급 학부모 회의가 열립니다. 한 소녀의 어머니가 요청한 겁니다.

부모들의 직업을 이용해 사익을 채우는 교사가 소녀의 부모에게도 청탁했으나 안 듣자 낙제점을 줘 소녀의

체조 선수 꿈을 빼앗았기 때문입니다. 그 여파로 소녀는 자살을 기도합니다.

한편 요구나 부탁을 잘 들어준 부모들은 담임을 감쌉니다.

자기들 자녀는 성적이 올라 명문 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됐기에.


담임은 회의에 불참합니다. 불의(不義)한 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 정의의 광장이니까요.

극소수 부모만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교사는 당연하다며 기뻐합니다.

렇게 사태가 묻히려 할 때 반전이 일어납니다.

가장 유해한 질병은 부패이고 이걸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이 무엇인지 깨달은 부모 다수가 서명하려고

발길을 돌린 겁니다. '누구나 진실을 보고 알게 하는 투명성이 백신(The vaccine is transparency)'이지요.


실제 인물 단카는 훗날 의대에 진학해 유명한 신경과 전문의가 됩니다.

몇 해 후 어느 초등학교에 새 교사가 부임합니다. 공산당 간부 당원인 그녀가 첫 수업 날 이렇게 말합니다.

"호명하면 이름과 부모님 직업을 말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