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8.31 이미도 외화 번역가)
'나는 부패한 정치는 무섭지 않다. 내가 두려운 건 사람들이 부패를 알고도 가만히 있는 거다
(Corruption in politics doesn't scare me. What scares me is how comfortable people are doing nothing about it).'
무명씨의 이 글이 '우리 선생님을 고발합니다(The Teacher·사진)'의 메시지입니다.
이 작품은 어느 교육자의 부패한 권력을 향해 수술칼을 집어 드는 학부모들의 이야기입니다.
무대는 1983년 체코슬로바키아. 한 초등학교 담임이 첫 수업 때 이렇게 말합니다.
"호명하면 이름과 부모님 직업을 말하도록."
학기 말에 한 제자가 따집니다. "공평하지 않아요." 언어와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는 천연덕스레 묻습니다. "뭐가?"
아이가 목소리를 높입니다. "저 애한텐 답을 미리 알려줬잖아요." 교사는 날조라며 제자를 매타작합니다.
긴급 학부모 회의가 열립니다. 한 소녀의 어머니가 요청한 겁니다.
부모들의 직업을 이용해 사익을 채우는 교사가 소녀의 부모에게도 청탁했으나 안 듣자 낙제점을 줘 소녀의
체조 선수 꿈을 빼앗았기 때문입니다. 그 여파로 소녀는 자살을 기도합니다.
한편 요구나 부탁을 잘 들어준 부모들은 담임을 감쌉니다.
자기들 자녀는 성적이 올라 명문 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됐기에.
담임은 회의에 불참합니다. 불의(不義)한 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 정의의 광장이니까요.
극소수 부모만 탄원서에 서명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교사는 당연하다며 기뻐합니다.
그렇게 사태가 묻히려 할 때 반전이 일어납니다.
가장 유해한 질병은 부패이고 이걸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백신이 무엇인지 깨달은 부모 다수가 서명하려고
발길을 돌린 겁니다. '누구나 진실을 보고 알게 하는 투명성이 백신(The vaccine is transparency)'이지요.
실제 인물 단카는 훗날 의대에 진학해 유명한 신경과 전문의가 됩니다.
몇 해 후 어느 초등학교에 새 교사가 부임합니다. 공산당 간부 당원인 그녀가 첫 수업 날 이렇게 말합니다.
"호명하면 이름과 부모님 직업을 말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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