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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55] These rats are the real parasites

바람아님 2020. 1. 19. 07:19

(조선일보 2020.01.18 이미도 외화 번역가)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危殆)하지 않다

(If you know the enemy and know yourself, you need not fear the result of a hundred battles)'는 뜻으로

'손자병법' 3편 '모공(謀攻, Planning offensives)'의 핵심이지요.

워싱턴 DC 정가(政街)를 무대로 한 드라마 '미스 슬로운(Miss Sloane·사진)'에서 '나'는 로비스트 엘리자베스 슬론입니다.

로비 전장(戰場)에서 승승가도를 달리는 냉철한 승부사입니다.

그녀가 현재 힘쓰는 건 새 총기 규제 법안의 의회 통과입니다.

법안 핵심은 '인터넷과 중고시장 등에서 암거래되는 총기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구매자의 신원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


'미스 슬로운'


'적'은 반대편 로비 회사 사장 듀폰트. 한때 슬론의 상사였던 그는 총기 소유 옹호 세력과 막강한 돈줄을 뒷배로 둔 자로

슬론의 활약에 태클을 겁니다. 슬론의 비윤리적 로비 행위를 캐낸 듀폰트는 의원들을 움직여 그녀를 청문회장에 앉힙니다.

언론과 청문회는 그녀가 미국 민주주의의 기생충이라고 비난합니다.


반전(反轉)이 시작됩니다. 영화에 이런 명구가 있습니다. 슬론의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이기는 로비스트의 무기는 선견지명이다(Lobbying is about foresight).'

슬론은 청문회에서 자기를 무너뜨리려는 듀폰트의 수(手)를 미리 내다봤고, 그래서 밑밥 깔듯이 자신의 비윤리적

로비 행위 증거를 적진에 흘린 겁니다. 대단원은 이렇게 한 그녀의 대의를 공개합니다.


자리만 보전할 수 있다면 나라도 팔아먹으려 들 게 정치인이라는 걸, 민의(民意) 대변은 뒷전인 채 재선만이

최대 관심사인 정치인들이 돈 앞에서 쉽게 흔들린다는 걸 까발리려고 벼른 슬론이 필살기를 공개합니다.

듀폰트와 모 의원의 뒷거래 동영상입니다.

"이런 쥐들이 미국 민주주의의 진짜 기생충입니다(These rats are the real parasites on American democracy)."

슬론의 이 발언 직후 청문회 의장 얼굴이 클로즈업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