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詩와 文學

[가슴으로 읽는 동시] 잠자리

바람아님 2014. 9. 27. 08:47

(출처-조선일보 2014.09.27 이준관 아동문학가) 


[가슴으로 읽는 동시] 잠자리

/김성규


잠자리


사뿐 사뿐 사뿐,
가만 가만 가만.

거미줄 채를 쥐고,
가슴도 달싹달싹.

큰 마당
빙빙 맴돈다.
잠자리를 쫓는다.

앉을까 말까,
챌까 말까.

잡힐 듯 또 파르르,
마음 졸인 술래잡기.

"잠잘아,
고추잠잘아,
고기고기 앉아라."

―이근배(1940~ )

가을 하면 떠오르는 어릴 때 추억 중 하나가
거미줄 돌돌 감아 만든 잠자리채를 들고 
잠자리 잡으러 다니던 일이다. 
지금이야 문구점에 가면 잠자리채를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예전에는 파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장대 끝에 싸리나무 가지를 둥글게 
묶고 거미줄을 감아서 만들었다.

거미줄 채를 쥐고 사뿐사뿐 다가가면 
잠자리는 앉을 듯하면서도 앉지 않고 
날아간다. 
그 잠자리를 쫓아 아이는 큰 마당을 빙빙 
맴돈다. 마치 아이와 잠자리가 숨바꼭질 
놀이를 하듯 마당을 맴도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고 파르르 
날아가는 잠자리와 거미줄 채를 들고 잠자리
쫓아 마음을 졸이며 맴을 도는 아이의 
모습이 참 정겹다. 
지금도 어디선가 "잠잘아, 고추잠잘아, 
고기고기 앉아라" 하는 아이의 파란 하늘빛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