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그림과 도시] 고요한 평온 한가득 '델프트 풍경'… 수수께끼 畵家 베르메르의 마음 엿보기

바람아님 2015. 2. 1. 18:38

(출처-조선일보 2015.01.31 전원경·'런던 미술관 산책' 저자)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조선일보 DB

근대 이전 시대에 산 화가들 기록은 대부분 불충분하기 짝이 없지만, 요하네스 베르메르

(1632~1675)처럼 남아 있는 기록이 전무하다시피 한 화가도 드물다. 그가 누구에게 그림을 

배웠으며, 어떠한 이유로 그림을 그렸는지 등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대표작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작은 사진>의 모델이 누군지도 묘연하다.

그래서 우리는 베르메르가 남긴 그림 서른여섯 점을 요모조모 뜯어보면서 이 수수께끼의 

화가에 대해 추리해 볼 수밖에 없다.

그가 그린 풍경화 단 두 점 중 하나인 '델프트 풍경'을 보면 베르메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아마도 그는 매우 조용하고 자신만의 세계 속에 침잠하기를 즐겼던 남자,

고독하지만 결코 지나친 감상이나 우울에 빠지지는 않았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 고요한, 

비어 있는 듯하지만 실은 꽉 차 있는 '델프트 풍경'에서 화가는 자신의 성정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잔잔한 수면 위에 아담한 벽돌집들이 비치고, 강가에선 아낙네 둘이 한가로이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하늘을 가득 채운 먹구름이 슬며시 흩어지고 그 사이로 투명한 햇살이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낮은 땅'이라는 나라 이름처럼 네덜란드에는 산이 없다. 

북해에 접한 나라답게 늘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고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지만, 

또 어느 순간 그 구름은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고 창백한 햇살이 대지 위로 내려앉는다. 

그 평온한 고요함을 차분하게 캔버스에 옮겨놓은 것을 보니,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 역시 이 풍경만큼이나 침착하고 온화했을 거라는 짐작이 간다. 

그림은 때로 그림의 소재 자체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보는 이들에게 들려준다.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 /전원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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